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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확산②]치골 안마시킨 교수, 쇄골 핥으라는 선배…개강 앞둔 대학가 ‘긴장’
-교수ㆍ선배 등 SNS ‘대나무숲’ 통해 폭로
-“학생 애인ㆍ노예 취급한 모습 자주 목격”
-남학생 “성추행 당해도 미투 못해” 증언도

[헤럴드경제=이현정ㆍ유오상ㆍ김성우ㆍ김유진 기자] 미투 운동이 업계를 불문하고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대학가 내에서도 뒤늦은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각 대학의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 따르면 피해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글쓴이들이 일부 교수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의 성폭행ㆍ추행 사실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의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교수들과 선배 등 성폭행ㆍ추행 사실까지 폭로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명지전문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한 학과 교수는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자기 옆에 여자가 앉아 술을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고 자신의 생일 때마다 여학생들에게 걸그룹 춤을 추게 했다”고 고발했다. 이어 “(교수는) ‘여배우들이 색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성희롱을 했고 자신의 치골까지 안마시켰다”고 폭로했다. 게시글이 70회 이상 공유되는 등 학생들의 공분을 사자 학교 측은 곧장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학과 교수들을 전체 소환해 진상조사에 나섰고 현재 사실조사도 진행 중”이라며 “논란이 된 교수는 현재 보직이 해임된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의 교수는 당시 해당 학과의 학과장으로 파악됐다. 

명지전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세종대 학생이라는 게시자는 “한 강사가 여자 학우들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고 수업 작업 중 우리에게 힘든 요구를 하고 굳이 싫은데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며 “학생들을 성희롱하듯 말하는 그는 학생들을 애인이나 노예 정도로 여기는 듯이 인권을 무시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

고발 대상은 학교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들이 대다수지만 학교 선배들을 행태를 폭로하는 글도 적잖다.

세종대의 한 학생은 “3년 전인 신입생 시절 러브샷 5단계라며 처음 본 남자 선배의 쇠골을 핥으라는 지시를 거부하자 ‘선배의 말을 우습냐’며 욕하던 여자 선배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끝까지 버틴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즐거워야 농담이고 게임이라는 것을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지 않냐”며 꼬집었다. 서울시립대 학생은 “한 오빠의 과도한 스킨십으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불쾌한 스킨십을 당한다면 여러분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세종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성범죄 피해자는 여학생들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외대의 한 남학생은 “미팅을 나갔다가 여대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당시 ‘남자는 대범해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 인식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번 미투운동을 보면서 여자든 남자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일부 남학생들은 반성의 목소리와 함께 연대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글쓴이는 “10대 때부터 군대시절까지 대다수의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면 항상 여자들을 성희롱하는 말을 했다”고 고백하며 “(성폭력 폭로)가 정말 빙산의 일각으로 생각하고 더 많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이 가해자를 향한 비난에 그쳐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 학생은 “미투운동의 목적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성범죄가 만연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비난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등의 의견 댓글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투 운동이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를 뿌리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의 독점이 있는 곳엔 다양한 형태의 착취가 발생하고 학교라고 해서 예외일 수가 없다”며 “미투 현상은 본질적으로 남녀 문제가 아닌 갑질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투 운동을 계기로 가해자들이 법적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적 처벌을 받고, ‘자신의 행동이 범죄일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층 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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