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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확산③]“피해자를 위해 여혐합니다?”…가해자 아내ㆍ딸에게 ‘어긋난 공격’
-조민기ㆍ조재현 등 가족 SNS에 비난 폭발
-딸 상대 “너도 당해보라” 성희롱도 다반사
-“정의감 포장한 또 다른 형태의 여성 혐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유명인을 향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가해자 가족을 향한 도넘은 비난도 일고 있다. 특히 가해자 가족 중 아내나 딸 등 여성을 겨냥한 ‘성적 희롱’도 이뤄지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여성 혐오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커피숍 직원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폭로까지 나온 배우 조민기(53)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딸과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유명한 아내까지 도마에 올랐다. 조 씨의 아내의 개인 SNS 계정에는 한때 ‘당신 딸도 그렇게 당하라’는 내용의 댓글이 폭주했다. 지난 2015년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조민기와 함께 출연했던 조재현(53)의 가족도 비슷한 성희롱 댓글을 받았다. 조 씨에게는 전 쇼트트랙 선수로 유명한 아들과 연기자로 나선 딸이 있는데, 성희롱을 포함한 악플이 딸에게 더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미투로 과거 성폭력 행위가 폭로된 배우 조민기 아내의 SNS에 달린 성희롱 댓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처럼 가해자의 여성 가족들은 ‘아빠가 다른 배우한테 한 것처럼 해주냐’는 원색적 비난부터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성희롱에 노출돼 있다. 남성 가해자의 과오를 향한 분노가 여성 가족 구성원을 향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여성 가족에게 쏟아지는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는 비난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미투 운동에 편승한 또 다른 여성 혐오라고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너희가 여성에게 한만큼 네 주변 ‘여성’이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발상은 또 다른 여성혐오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이같은 행위는 여성 비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내와 딸이라는 약한 대상을 비난하면서 쾌감을 얻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을 위하는 척 하면서 여성에 미소지니(여성 혐오)를 가하는 한국 사회의 프레임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행동은 정의감이나 미투 운동과는 거리가 먼 개인적 분노의 표출일 뿐이라는 심리학적 분석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성희롱 댓글은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위한 행동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본인은 정의감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좀 더 자극적인 표현으로 SNS 상에서 주목받고 싶은 어긋난 영웅주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가장 취약한 대상을 고르다보니 가족 중에서도 여성을 찾게 되고, 욕도 더 자극적으로 하려다보니 불쾌감과 거부감이 강한 성희롱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라며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를 지지하기 위해 가해자를 비판하는 행위와 단순히 억눌린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아 쏟아내는 악플은 구별해야 한다. 온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미투 운동에 편승해 이같은 행위를 저지르면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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