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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미투 확산①]“매니저 성추행” 폭로했다 고소당한 알바생…대학가 ‘탄원서’ 준비
-SNS 통해 매니저의 아르바이트생 성추행 폭로
-업주는 “위생문제 왜 거론해”…명예훼손 고소
-“피해자 입 막는 행위”…대학가는 탄원서 준비 중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학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매니저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인터넷에 자신의 피해를 폭로했지만, 오히려 업주가 업무를 방해받았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해 두 번 고통 받는 일이 벌어졌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음식점 인근 대학생들은 피해자를 위한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매니저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폭로했지만, 오히려 업주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헤럴드경제DB]

28일 대학가와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 안산의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 씨는 지난해 11월 인근 대학가 제보 SNS인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지에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음식점에서 함께 일하는 매니저가 지속적인 성희롱과 추행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폭로 글에서 “(매니저가) 아르바이트생들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쓰다듬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허리에 손 갖다 대는 등 몸 이곳저곳을 막 만졌다”며 “처음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스킨십 횟수가 점점 잦아졌고 심지어 성적인 농담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니저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CCTV가 없으면 어떻게든 할 텐데”, “잠자리를 갖자” 등의 성적인 발언을 했다는 폭로와 함께 식당 내부의 급여와 위생 문제까지 불거졌고, 이를 본 인근 학생들은 불매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분노했다.

실제 A씨가 제보 SNS에 글.[SNS 페이지 캡처]

그러나 사건은 해당 음식점의 업주가 최근 A 씨를 성희롱 문제가 아닌 음식점의 위생문제와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성폭력 피해 폭로 과정에서 A 씨가 식당의 평소 위생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업주는 “A 씨가 성폭력 피해 폭로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음식점의 위생 문제를 거론하며 가게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3일 같은 SNS 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리면서 “(성추행 의혹은) 매니저의 말로는 일방적인 성향의 일이 아니었다고 답했다”며 “오히려 열심히 준비한 가게가 확인되지 않은 글로 인해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반박했다. 음식점의 위생 문제에 대해 A 씨는 식약청에도 해당 점포를 신고했지만, 가게가 폐업하면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성추행을 고발했던 A 씨는 졸지에 명예훼손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초 고발 내용이었던 성희롱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 증거가 불충하다고 결론 내리며, 오히려 A 씨가 가게의 업무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며 A 씨를 최근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경찰이 ‘그러게 왜 성희롱 신고를 애초에 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성희롱 사실을 고발한 제보자가 되레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변 대학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는 “용기를 내 성폭행 피해를 고발했는데, 반성없이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행위”라며 “업주의 해명 글도 가해자인 매니저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인데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됐다는 얘기가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탄원서 제출 창구가 마련되면서 탄원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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