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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까지 무려 7년이나 걸렸지만…배움의 한 풀게 돼 뿌듯”
칠순 만학도들의 ‘빛나는 졸업장’
양원초등·주부학교 691명 졸업식
형형색색 저고리 입고 함박웃음
충남서도 오가며 학구열 불태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최모(7) 군은 할머니 졸업식을 보기 위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를 찾았다. 이날은 4년간 학교를 다닌 최 군의 할머니가 양원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날이다.

최 군은 왼손에는 꽃다발, 한손은 어머니 안지영(35) 씨의 손을 꼭 잡고 할머니 졸업식을 지켜봤다. 어머니 안 씨는 “늦은 나이에 학사모를 쓰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면서 “늦은 나이에 졸업하는 할머니를 보고 아이들이 느낄 게 많은 것 같아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관은 형형색색 저고리를 입은 중년의 여성들로 가득찼다. 성인대상 4년제 학력인정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 중ㆍ고등반인 양원주부학교의 졸업식이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졸업식을 보기위한 인파로 식장은 가득찼다. 691명의 졸업생 중 500명이 넘는 인원과 그 가족들이 자리했고, 2층 객석은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해야할 정도였다. 아트센터 직원과 양원학교 교사들이 식장을 정리하기 위해 분주했다.

양원초등학교ㆍ양원주부학교는 마포에 위치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전국 약 50개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특히 이날 졸업식에는 충남에서 5명, 강원에서 1명의 졸업자가 나왔다. 교육부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충남에는 교육시설이 단 1곳도 없고, 강원도의 경우에는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한국YMCA 원주중ㆍ고 1개 학교만이 학생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있더라도 초등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경우, 수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우는 또 드물다. 그래서 최고령이 86세, 만 75세 이상이 123명에 달하는 양원초등ㆍ주부학교 졸업생들은 혹 먼 거리를 감수하더라도 이렇게 양원학교를 찾고 있었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양명순(70ㆍ여) 학생도 이중 한 명이었다. 그는 왕복 6시간 거리를 감수하고 양원초등학교에서 4년을 교육받아 학위를 따냈다. 그의 집은 지하철역까지 10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30분가량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나와 2시간30분씩 전철을 타고 등교했다. 그는 “시쳇말로 목숨을 내놓고 학교를 다녔다”면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 죽을 고비도 몇번 넘겼다”며 밝게 웃었다.

또 “충청도 지역에는 야학도 없고, 복지원교육과정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그런데 복지원은 1주일에 2번 2시간 교육이라, 먼거리를 감수하고 양원초등학교를 다녔다“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과정인 김운심(62ㆍ여) 씨는 집이 충남 홍성이다.그는 “양원에서 대학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로 찾게 됐다”면서 “나도 공부 욕심이 나서 몇번 와봤지만, (처음에는) 너무 멀어서 많이 망설였다. 통학거리도 멀고, 교통비도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들 외에도 경기도 평택(4명), 오산(1명), 의왕(1명), 양주(2명)에서 마포구에 있는 양원초등ㆍ주부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양원초등ㆍ주부학교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이정옥 교사는 “야학이라든지, 복지원 등 교육기관은 여건이 비교적 열악한 편”이라며 “이곳은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먼 거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먼거리를 찾아 왔기 때문인지, 만학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실을 맺기 때문인지, 이날 식장에서 본 졸업생들의 모습은 한없이 밝아보였다.

이날 최고령 졸업자인 김선조(86ㆍ여) 할머니는 “열심히 배워 이렇게 졸업장을 받으니 기쁘기 그지없을 따름”이라며 “학교를 처음 시작하던 83세 시절 망설였던 것이 생각나며 더욱 당당해졌다”고 말했다.

함께 졸업장을 받은 임귀녀(82ㆍ여) 할머니도 “이제 양원주부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해볼 생각”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교육감상을 수상한 김미순(72ㆍ여) 할머니는 “7년만에 졸업을 하게 됐는데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 덕분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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