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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동계올림픽] 500m 銀 차민규, 코리안특급 계보 잇다
밴쿠버 金 모태범과 바통터치
쇼트트랙서 배운 코너워크 일품
매서운 뒷심…미래스타로 우뚝


모태범, 이상화, 그리고 차민규. 한국 빙속의 계보를 잇는 또 한명의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차민규(25·성남시청)가 남자 500m에서 대표팀에게 은메달을 선사한 것이다. 1위와는 0.01초 차이, 한 걸음만 더 내딛었어도 금메달은 차민규의 몫이었다. 그만큼 이번 대회 차민규의 컨디션과 기량이 좋았다.

차민규의 주력은 500m다. 그는 19일 남자 500m 경기에서 첫 100m를 9초63으로 주파했다. 초반 만큼은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뒷심이 매서웠다. 중반으로 치달을수록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나머지 400m를 단 24초79에 끊었다. 차민규는 지난해 2월 열린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선 500m와 1000m,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차민규가 남자 5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은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 모태범과 악수하는 차민규(왼쪽). [연합뉴스]

차민규는 묘하게 8년 전 모태범(29)과 닮았다. 모태범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때 남자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단박에 ‘빙속 스타’로 자리잡았다. 모태범은 당시 남자 단거리 종목에서 유럽 선수들의 독주를 끊어냈다.

차민규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의 기록경쟁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획득했다.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우뚝 솟았다. 차민규가 500m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가속력이라면 다음 대회 모태범의 발자취를 따라가지 못할 리 없다.

차민규는 남자 500m에서 34초42를 기록했다. 올림픽 타이기록을 내면서 금메달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로렌첸이 뒤이어 34초41를 기록하면서 차민규를 0.01초 차이로 따돌렸다. 아쉬운 2위였다. 경기 후 차민규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벅차다”며 “목표를 달성해 기분 좋다”고 말했다. 또 ‘차민규에게 0.01초란?’이라는 질문에 “짧은 다리”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위트있게 드러낸 것이다.

차민규는 이번 올림픽 기대주로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메달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예고된 스타’였다. 올림픽 전후로 빙상계에서는 “(차민규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 안팎에서 나오곤 했다. 지난 2016-2017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500m 동메달을 거머쥔 데 이어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한 차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1위와는 불과 0.001초 차이였다.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쇼트트랙에서 다져진 기초체력과 기술이 영향을 끼쳤다. 차민규는 학창시절 쇼트트랙을 주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한국체대 입학을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다. 모태범이 슬럼프를 겪는 사이 차세대 단거리 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4 소치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고배를 마셨다. 6개월간 심적인 고통이 컸다. 포기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묵묵히 이겨냈다. 재활을 거쳐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국제대회를 휩쓸면서 스타 탄생을 예고했고, 평창에서 올림픽 출전의 한을 풀어냈다.

송형근/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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