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시인이 2005년 펴낸 세 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는 한국 사회 지식인, 강자들의 위선과 탐욕을 꼬집어 출간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그는 여우가 되었다//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사람들이그를 높이 쳐다보면서/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하루가 다르게키가 커졌다//(중략)//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돼지의 변신’ 중)
최영미 시인이 Jtbc뉴스룸에 출연,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Jtbc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
특히 시 속의 ‘돼지’와 ‘여우’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진주’는 무엇을 말하는지를 놓고 문단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인은 2014년 개정판을 내면서 ‘시인의 말’에 “시 속에 등장하는 돼지와 여우는 우리 사회를 주무르는 위선적 지식인의 보편적인 모델이다. ‘돼지의 변신’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 생각해둔 ‘아무개’가 있었으나, 시를 전개하며 나도 모르게 ‘그’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7일 SBS뉴스에 나와 특정 인물이나 사건 자체보다는 문단의 권력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판도라의 상자를 다 연 게 아니다. ‘엔(En) 선생보다 더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시인·평론가이자 주요 문예지 편집을 좌지우지한 한 남성 문인의 성희롱 사례를 들었다. 이어 “중요한 건 권력 문제다. 문단의 파워하우스(유력집단)가 거의 마피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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