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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대형서점 ‘키즈존’이 필요할까요?
일부 아이들 뛰고 책 훼손도…
日서점 ‘아동코너’ 없애는 곳도
교보문고 “책읽는 습관 중요”
비닐커버·견본용 ‘지속운영’ 뜻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 서점 한켠에 있는 아동 전용 독서 공간인 ‘키즈존’에는 부모들과 함께 책을 구매하러 온 아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자리에 앉아 얌전하게 책을 읽고 있었지만, 일부는 읽던 책을 바닥에 던지고 바로 다른 책을 꺼내러 서가로 향하기도 했다. 자주 바닥에 떨어진 일부 책은 귀퉁이 부분이 찢어지기도 했다.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아이들이 던져놓은 책을 다시 정리해야 했다.

다른 서점도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대부분의 대형 서점이 아동 코너에서 아이들이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키즈존을 운영하고 있지만, 책 훼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 서점이 음식물 반입을 막고 있지만, 아이가 가져온 음식물에 책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일본 신주쿠의 한 대형 서점. 해당 서점은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든 키즈존을 없애고 일반 서가로 대체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서점은 최근 책 속에 들어 있던 장난감 사은품을 몰래 가져가려는 아이 때문에 소란을 겪었다. 아이가 비닐 포장을 찢고 장난감을 가져가려 하자 직원이 이를 제지했는데, 아이가 떼를 쓰며 울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덩달아 다른 아이들까지 울음을 터뜨리면서 서점은 소란스러워졌다.

비닐이 찢어지면서 내용물이 쏟아졌지만, 부모가 결국 책을 사지 않으면서 찢어진 책은 반품 처리됐다. 서점 관계자는 “아동 코너의 경우 직원을 다른 코너보다 조금 더 배치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이들의 책 훼손을 다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종종 파손돼 손실 처리하는 하루 한, 두 권씩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아예 키즈존을 없애버린 서점도 생겨났다. 일본 도쿄도 신주쿠의 한 대형서점은 지난 2016년부터 키즈존을 없애고 아동 서적 코너를 일반 서가와 똑같이 배치하고 있다. 직원을 줄이면서 손이 많이 가는 키즈존을 먼저 없앤 것이다. 다른 중ㆍ소 서점들도 아동코너에 설치하던 의자 등을 철수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해서 책 구매가 힘들다는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신주쿠의 한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마에다(27ㆍ여) 씨는 “아동 코너를 전문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앉아서 놀 수 있는 공간을 크게 운영하는 서점은 잘 없다”며 “다른 업무보다 손이 많이 가는데다 보통 부모들이 책을 사러 오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키즈존을 아예 없애버린 일본과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서점 내 키즈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동 코너 내 책의 훼손 때문에 책에 비닐 커버를 씌워놓거나 아예 견본용 책을 따로 비치해 파손을 막고 있다”며 “비닐을 씌우는 것만으로도 책 훼손은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교보문고의 경우에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하고 책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키즈존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며 “책 훼손이나 에티켓 문제 때문에 키즈존 운영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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