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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사이버상품권의 유혹 카드결제 할부금에 속터져
5% 반환 믿고 200여만원 긁어
판매업체 영업중단 대표 잠적
제도상 허점 피해자만 늘어나


직장인 이모(41) 씨는 지난 2016년 10월께 한 블랙박스 제조업체의 권유로 신종 사이버 상품권을 구매했다. 세금납부에 쓸 수 있는데다 구입금액의 5%를 되돌려받을 수 있다는 소리에 이 씨는 200여만원을 결제했다. 문제는 이 씨가 구입한 상품권이 사기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업체의 설명만 듣고 카드 할부로 200만원을 결제했는데 대표가 영업을 중단하고 잠적해버린 것이다. 이 씨는 뒤늦게 경찰에 해당 업체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업체는 이미 돈을 빼돌린 뒤였다.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도 화가 나지만, 이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아직까지 청구되고 있는 카드 대금이다. 카드 할부로 결제했던 피해금액이 여전히 청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고소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이 씨는 뒤늦게 할부금액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은행에 지급정지를 했다. 그러자 결제 카드회사 연체 경고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추가 연체 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결제사의 경고에 이 씨는 결국 합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대금 중 일부를 일시불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결제사가 책임지는 식이었다. 이 씨는 “범죄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그 돈을 내 손으로 다 결제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화가 났다”며 “경찰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다 법원 재판은 기약이 없어 결국 결제사와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카드 할부를 이용한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경찰 등에 신고한 뒤에도 계속 결제가 이뤄지는 등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미 대금을 가해자에게 지급해 어쩔 수 없다는 카드사와 나중에 재판을 통해 피해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이에서 피해자들은 계속 고통받고 있다.

카드 할부 사기로 인한 2차 피해는 이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수백억원대의 기부금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피해자들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했다. 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해 정기 후원을 한 피해자들은 단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청구되는 카드 대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카드 할부 결제 사기에 대해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답한다. 이미 관련 기관에서 수차례 유권해석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을 구제할 마땅한 근거 조항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기 피해 사실을 밝히고 민사재판 등을 통해 지급거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려 포기하는 피해자도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들을 볼 때 할부계약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할부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판결들이 있다”며 “그러나 소송을 통해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소액의 경우에는 피해자들이 결제사와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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