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아빠의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 체험기]“기다려줘 감사합니다”…자녀돌봄 휴가 필요
-영하 7도 속 1시간 정도 진행된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 활동
-몸집에 비해 작은 조끼 어색했지만, 아이들 등굣길 안전 보람
-1년에 10일 정도 주어지는 ‘자녀돌봄 휴가 제도’ 도입 환영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를 하루 앞두고 동네 마트에 들렀다. 지난해 엄마에 이어 올해 아빠가 교통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만큼 다양한 소품을 동원해 제대로 해보겠는 생각이었다. 이것저것 고르다 집은 것은 3500원짜리 자전거 후미등. 교통봉사 깃발에 달면 빨간불이 반짝거리면서 좀 더 눈에 잘 띄일 것 같았다.

1년전 아내도 그러했듯이 회사에 ‘연차휴가’를 내고 참석한 교통봉사였다.

등굣길 교통봉사 당일 아침, 일상 업무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도 잠시였다. 처음 해보는 교통봉사에 대한 긴장감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두터운 옷으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8시 20분부터 교통봉사가 시작되지만, 혹시라도 더 일찍 오는 학생이 있을까봐 발걸음을 재촉했다.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에 나선 학부모.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8시 10분부터 시작된 교통봉사.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을 되새기며, 몸집에 비해 작은 녹색어머니회 조끼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깃발을 힘차게 펼쳤다.

가장 먼저 신호체계부터 파악했다. 삼거리에서의 교통봉사라 신호등이 바뀌는 패턴과 교통 흐름부터 파악해야 했다.

그 다음엔 건널목 정비. 도로로 밀쳐낸 눈이 얼어 보행자가 미끄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조금의 위험 요인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발로 힘껏 밀어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터운 양말을 신었는데도 영하 7도까지 내려간 차가운 날씨의 날카로움은 피할 수 없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하나둘 건널목 앞에 나타났다. 깃발과 교통체계에 익숙해지니 아이들이 더욱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았다. 신호를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는 여유도 생겼다. 겨울방학을 마친 시점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제 4학년이에요, 이제 6학년이 돼요”라고 말했다. ‘이제’라는 말 속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사실 교통봉사에서 아이들 안전만큼이나 신경 쓰였던 부분은 운전자다. 특히 바쁜 출근길에 깃발을 들어 차를 세워야 하는 상황에선 더욱 신경이 쓰였다.

자연스럽게 건널목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 때마다 운전자와 눈을 맞춰 양해를 구하게 됐고, 미안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감사함을 표시했다.

물론 빨리 건널목을 지나치려고 속도를 높이는 위험한 운전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여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1년에 1시간 정도의 교통봉사는 학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다른 학부모나 학생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마침 정부가 자녀돌봄 휴가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1년에 10일 범위 내에서 하루 단위로 자녀 양육을 위한 휴가 조항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맞벌이 학부모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교통봉사는 물론 운동회, 학예회, 선생님 상담 등에 아빠의 참여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pdj2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