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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알바 뽑는데 전공시험…경력에 도움? 지나친 부담?
업체는 좋은 인재 선발 명목
전공과 완전 딴판 업무하기도
당사자 ‘실망’ 주변선 ‘부러움’


방학을 맞아 한 외국계 기업인 U사의 판촉 프로모션 행사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이모(28) 씨는 회사로부터 ‘전공 시험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지원서에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다고 한 이 씨에게 회사가 면접에서 마케팅 관련 이론을 물어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 이 씨는 면접에 앞서 마케팅 관련 이론에 관한 사지선다 문제 20개와 면접을 진행했다.

아르바이트 지원에 전공시험까지 보게 돼 놀랐던 이 씨는 시험에 합격해 아르바이트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사실상 전공 관련 지식은 전혀 필요없는 단순 반복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일하는 한 달 동안 길거리에서 회사의 새 서비스를 홍보하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작업만 반복했다.

해당 업체는 아르바이트 지원자에게 전공시험을 본 이유에 대해 “모집 당시에는 전문적인 업무도 시킬 예정이었지만, 선발 이후 해당 업무를 기존 직원이 하기로 하면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단순 업무가 주어졌다”며 “이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상황을 모두 설명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줄어드는데 구직자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일부 아르바이트 자리를 두고 ‘시험’까지 치르는 일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 대학생들은 “전공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는 경력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시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고, 업체에서도 검증된 인재를 뽑을 수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한 보험사에서 자료입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심모(25ㆍ여) 씨도 이른바 ‘전공 면접’까지 본 경우다.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은 대뜸 ‘보험 계리사를 준비한다고 했던데 전공 지식은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을 던지고서 전공 시험에 준하는 지식을 물어봤다. 직접 계산기를 이용해 관련 계산을 시켜보기도 했다.

심 씨는 “그렇게 들어간 아르바이트 자리였지만, 실제 업무는 단순 엑셀 자료 입력에 그쳤다”며 “가끔 커피 심부름을 시킬 때도 있어 시험까지 보면서 들어올 필요가 있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심 씨 주위의 반응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주위에서 “전공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게 돼 부럽다”며 오히려 해당 아르바이트 후임 자리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심 씨는 “요즘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업체에서 증명서 등을 끊어주기도 한다”며 “나중에 공개채용 때 가산점을 준다고 해 주변에서 관련 아르바이트는 경쟁률이 특히 세다”고 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아르바이트 구직자들 중 우수 자원을 가려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반응이다.

한 외국계 제약사 인사 담당자는 “원래는 공모전 등에서 입상한 사람들을 연락해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최근에는 공개 모집하면서 일부 영업 관련 지식을 묻기도 했다”며 “늘어나는 지원자 중에서 회사도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 지원자들에 대한 전공 시험 등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김대원 노무사는 “회사가 신입사원들의 교육 부담을 피하기 위해 경력 등을 요구하는 것처럼, 아르바이트도 경쟁이 심해지면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며 “그러나 단순 업무를 위한 아르바이트 등에도 전공 지식 등을 묻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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