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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에어비앤비, 이상과 현실 사이
SBS에서 방영했던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는 한국의 톱스타가 해외의 유명인들과 서로 집을 바꿔 지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실 이런 식의 여행방식은 10년 전만 해도 방송에서나 가능한 이벤트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개념의 새로운 숙박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현재, 이 방송이 담은 이야기는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외국을 여행하는데 있어서 호텔 같은 곳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서 단 며칠이라도 살아본다는 건 특별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2009년까지만 해도 2만여 명 정도가 이용하던 에어비앤비가 2017년 2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새로운 숙박문화로 자리한 건 이 특별한 체험이 어쩌면 여행객의 시선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그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생겨나서다.

실로 여행객의 시선과 현지인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만드는 것이 다름 아닌 숙소의 차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호텔의 서비스는 사실 어느 나라를 가도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니 그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 또한 여행객의 체험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지인의 집에서 살아보는 에어비앤비 같은 공간 경험은 다르다. 하다못해 슈퍼에 식재료를 사러 가더라도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곳을 가 그들이 사서 먹는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진정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그대로 느껴본다는 차원에서 보면 에어비앤비 같은 현지인의 집에서 하는 숙박이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면면에도 불구하고 피해사례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아마도 이용객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사례도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개인과 개인 사이에 벌어지는 상거래가 남기는 문제는 본질적인 부분이라 단순한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즉 어떤 분쟁사례가 생길 때 소비자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호스트와 이용객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에서 에어비앤비는 사실상 중재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부분을 악용해서 호스트가 황당한 청구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이럴 경우 이미 본국으로 돌아온 이용객은 그 진실을 밝히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스트를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에어비앤비에게 호스트들도 고객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입하지 않으면 이 공유경제 서비스는 존립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과 개인 사이에 벌어지는 경제이고, 에어비앤비는 그 중간자 역할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분쟁사례야 비용의 문제 정도지만, 범죄 같은 사건은 얘기가 다르다. 실제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바도 있고, 묵은 집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공유경제가 갖는 이상은 분명히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들이 만만찮다는 것. 방송이 막연한 판타지로서 이 새로운 숙박문화를 보여주기보다는 거기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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