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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인구 증가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최근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등지에서 비만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해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은 매년 1조2000억 달러(약 1300조 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돈벌이를 위해 개발도상국 내 저소득층에 정크푸드를 집중 공급하면서 비만인구 증가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11~2016년 전 세계 포장식품 판매량은 25% 급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기간 미국에선 포장식품 판매량이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패스트푸드 판매량도 전 세계적으로 30% 성장한 반면, 미국에선 그보다 낮은 21% 성장세를 보였다. 2000년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탄산음료 판매량은 2배로 늘어, 2013년에는 북미 지역 판매량을 추월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슬레는 최근 저지방 요거트, 유아용 시리얼 등 건강친화적 식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것은 800개 제품 중 20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 대다수는 ‘킷캣’처럼 설탕으로 단맛을 낸, 영양과는 거리가 있는 제품이다. 킷캣 뿐 아니라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레드베리 그릭 요거트, 땅콩맛 푸딩 모두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권장량에 육박하는 설탕이 포함돼 있었다.

베리 팝킨 노스캐롤라이나대 영양학 교수는 “네슬레는 생수와 유아용 분유, 다수의 유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리더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브라질 뒷마당에서 설탕이 가득 든 제품을 팔고 있다”고 꼬집었다.

브라질에선 지난 10년 동안 비만율이 2배 가량 증가했다. 과체중 인구 역시 58%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매년 30만 명이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종 당뇨(Type II diabetes) 진단을 받고 있다.

가나 역시 1980년 이후 비만율이 급증했다. 워싱턴대 건강측정 및 평가연구소에 따르면 가나의 비만인구는 전체의 2% 미만에서 최근 13.6%로 무려 650%가 증가했다. 원인으로는 KFC를 필두로 한 패스트푸드 보급화가 꼽힌다. KFC는 가나를 포함해 아프리카 전역에서 8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KFC 측은 아프리카 지역에 다양하고 건강한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남아프리카에서 청소년 크리켓리그를 후원하는 등 지역사회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가나 KFC에선 미국에서 판매되는 구운 닭고기나 샐러드와 같은 건강식 옵션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같은 ‘장삿속’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이를 묵과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네슬레는 브라질에서 2만1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년 전부터는 30세 이하 7000명에 대해 견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는 정부가 나서 핫포켓, 트위즐러, 레이 등 글로벌 식품업체의 제품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식자재 가공 시설이 부족해 농업생산량의 16% 가량이 버려지는 인도에선 글로벌 식품기업의 유입이 ‘경제적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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