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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롱패딩에 꽂힌 학생들…“등골 브레이커? 교복은 추워요”
-롱패딩 매출 전월대비 597% 증가 ‘인기’
-고가 브랜드 안 따져 ‘따뜻하면 그만’
-“체육복 입어도 혼나…롱패딩은 방한용품”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겨울철 얇은 교복을 입으면 너무 춥기 때문에 입는 거에요. 왜 유행인지 속사정을 들어보고 나서 뭐라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을 입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과거 고가의 아웃도어 패딩이 유행했던 것과 비교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 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이와 상당히 달랐다. 이들은 “단지 유행이기 때문에 롱패딩을 입는 게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롱패딩을 입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2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롱패딩 매출은 11월 현재 10월대비 무려 59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빌리지 않더라도 교복 위에 롱패딩을 입는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겨울철 등ㆍ하교하는 학생들 중 교복만 입는 학생들은 드물다. 남녀불문하고 대부분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패딩을 입고 있다. ‘롱패딩 열풍’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유행에 대해 수년 전 고가의 아웃도어 패딩이 유행했던 것과 비교해 ‘값비싼 패딩을 유행이라고 좇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가 다 같은 디자인에 검정색 패딩을 입는 게 개성없는 한국인의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겨울철 얇은 교복을 입고 다니다가 롱패딩을 접해보니 ‘신세계’였다고 말한다. 단지 너무 따뜻해서 교복처럼 자주 입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오모(19) 양은 “겨울철 얇고 짧은 교복치마를 입으면 매우 춥다. 예전에는 코트나 짧은 패딩을 입다가 최근에 롱패딩을 입었는데 너무 따뜻하고 활동하기에도 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개성은 교복을 입는 순간부터 발현하기 힘들다. 교복 위에 얼마나 개성을 살리면서 입기를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최선우(18) 양은 “어른들은 추우면 바지를 입거나 긴 부츠를 신지 않느냐”며 “우리는 추워서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으면 학교에서 혼난다. 다리를 감싸는 부츠 역시 절대 신을 수 없다. 롱패딩을 입는 것으로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정색 위주의 롱패딩을 입는 것도 때가 안타고 교복처럼 매일 입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강남구 고등학교 1학년 정모(17) 군은 “교복 위에 검정색이 받쳐 입기 좋아서 입는 것”이라며 “겨울철 어른들 아우터도 검정, 회색, 남색뿐이면서 왜 학생들에게는 검정색만 입는다고 비판하는지 억울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고가의 브랜드를 따지는 일도 적다고 주장했다. 롱패딩은 패션보다는 ‘방한 용품’이기 때문에 길고 따뜻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롱패딩을 입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부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짧은 치마에 추위에 떠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ㆍ고등학교 남매를 둔 나모(46ㆍ여) 씨는 “롱패딩이 대중화되면서 가격대도 10만원 중ㆍ후반이면 살 수 있는데 엄마 입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아이들이 따뜻하게 입고 다닐 수 있으니 좋다”며 “40대 아줌마도 롱패딩이 편하고 좋은데 교복 입은 아이들은 오죽하겠냐. 롱패딩이 유행이라면 최대한 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학교 과점퍼처럼 학교 차원에서 교복처럼 롱패딩을 일괄적으로 제작하는 게 더 낫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롱패딩을 구입하는게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학생이 있을 수 있으니 교복처럼 만들자는 제안이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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