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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운 대학생활?]밥터디ㆍ혼강 급증…“아웃사이더가 편해요”
-학과 활동 필참 압박…절반이 ‘자발적 아웃사이더’
-“알바ㆍ취업준비하기도 빠듯…인간관계도 지쳐요”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최근 대학생들의 인간관계가 전공 수업이나 동아리 등을 통해 만나는 친분 중심의 인맥보다는 취업관련 학회와 스터디 등 실용적 목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자발적 아웃사이더’라 칭하는 대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자발적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학생 절반(45.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학생들이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된 이유는 단순한 선호에 의한 문제도 외에도 실용적인 이유가 도드라졌다. 최근 대학생들은 단순히 같은 학과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얕은 공통점 보다는 동종 시험을 준비하거나 같은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관계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응답률이 높았던 답변은 단순 선호에 의한 이유였다. ‘남들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67.6%)부터 ‘권태기를 겪는 등 인간관계에 지쳐서’(22.3%), ‘축제나 엠티(MT) 등 불필요한 학과 행사가 싫어서’(22.1%)‘. 눈치보였던 경험에 대해선 ’새내기 배움터, 개강MT 등 필참 강요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대학생들은 이처럼 아웃사이더를 선호하게 된 이유를 자유롭고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학과 생활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순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김준호(21) 씨는 “입학 초기에는 OT 등을 이유로 학과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다보니 참석해야 하는 과 행사가 너무 많더라. 1학년 때부터 학점을 제대로 관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과제나 팀플 스케줄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인사이더’가 되기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금전적인 이유, 혹은 진로 준비 등의 이유로 아웃사이더를 택했다는 실용적 답변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들은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택한 이유로 ‘아르바이트 하느라 대학생활을 할 시간이 없어서’(16.7%), ‘취업 준비ㆍ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서’(13.5%)도 상당수 꼽았다.

3학년 이후로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었다는 임모(25) 씨는 “2학년때부터 CPA 등 준비하다보니 잦은 휴학으로 같이 수업을 안 들어 학과 인맥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며 “대신 일명 ‘밥터디’ 하는 시험 준비생끼리 더 자주 만난다. 시험이 다가오고 모의평가 점수를 얘기하다보면 서로 민감해질 때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발전적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과대학이 주전공이지만 졸업 후 경영학회원과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조모(26) 씨는 “취업과 관련, 목적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서로 만나서 자연스레 상담하고 얘기하는 과정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늘어나는 현 상황을 단순한 선호의 문제 이상으로 진로 준비 등의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무적인 사회생활 전 단계인 대학에서조차 목적을 위한 만남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관계도 필요에 의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불경기와 개인주의화로 대학은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공간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취미나 자기계발을 위해 실용적 만남을 갖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한 인맥을 만나고 관리하면서도 아웃사이더라고 느낀다면, 목적만 남은 관계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다. 사회에 나가면 목적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전부인만큼 목적을 바탕으로 한 만남 안에서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큰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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