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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집회 1주년 “둘로 나뉘어도 본질은 적폐청산”
- 광화문과 여의도 약 6만 2000여명 시민들 모여 촛불집회 기념
- 시민들 “다양한 목소리 담는 게 민주주의, 촛불 나뉘었다는 비판 안타까워”


[헤럴드경제=정세희ㆍ김유진 기자] 촛불집회 1주년을 앞두고 촛불집회 장소가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눠지자 촛불이 갈라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실제 촛불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집회의 장소가 둘로 갈라진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은 장소가 나뉘었어도 촛불의 본질은 ‘적폐청산’이라고 외쳤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는 각각 촛불집회 1주년 기념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에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기록기념위원회가 주최한 ‘촛불항쟁 1주년대회’가 열렸고, 여의도에서는 ‘촛불파티’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집회가 진행됐다. 

[사진=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촛불항쟁 1주년대회‘ 모습.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더욱 다양해진 적폐청산 목소리= 광화문을 찾은 약 6만명(주최측 기준)의 시민들은 촛불로 바꾼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적폐 청산을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박근혜는 퇴진하라’로 통일됐던 메인 구호는 ‘촛불은 계속된다’, ‘다스는 누구꺼’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등 보다 다양해졌다.

시민들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적폐를 청산하는 길은 멀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온 김현진(32) 씨는 “아직 박근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판결 다 안 나왔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국민이 적폐청산을 향한 목소리를 지겨워하는 순간 적폐세력이 또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들에게 촛불집회는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만 의미한 게 아니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촛불에 자신이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상도 담았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셀 수 없이 나왔다는 직장인 김모(42) 씨는 “촛불집회가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 외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물론 정부로부터 상처받은 이들과 하자는 연대의 의미도 있었다”며 “모양은 달라도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것”이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촛불파티 2017’(촛불파티)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광화문 집회 측의 일부 단체들이 주장하는 반미주의나 청와대 행진 등을 반대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시민 자유 발언 행사와 함께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적폐대상 시상식을 열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상을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직접 제작한 ‘다스 풍선’을 들고 참석하기도 했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구도현(63) 씨는 “힘 없는 사람들의 힘으로 오늘을 만들었다. 역사는 자손에게 길이길이 전해질텐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거기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가족들과 나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형욱(34) 씨는 “정권 바뀌었는데 청와대 행진을 한다는 것이 공감이 가지 않아 여의도로 왔다”며 “시민들이 일주일 만에 준비했는데 즐거운 축제처럼 준비해 매우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2017 촛불파티’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광화문이든 여의도든 목표는 하나 ‘정의로운 사회’= 광화문과 여의도로 촛불이 나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광화문을 찾은 이연숙(32) 씨는 “촛불의 장소가 갈라진 것은 민주주의사회에서 너무 당연한 현상”이라며 “각론은 다를 수 있어도 광화문이든 여의도든 어디든 주된 방향은 적폐청산으로 같다. 촛불을 분열된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 천안에서 여의도를 찾은 황경운(39) 씨는 “촛불집회가 나뉘었다고 촛불의 의미를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여의도를 찾은 것은 자유한국당 당사 행진을 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제는 다시 광화문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이나 여의도나 시민들의 바람은 지난 촛불 집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기본 원칙을 지키는 상식적인 국가를 소망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김용진(31) 씨는 “억울한 사람들 감싸주고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는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아직 벌 받아야 할 사람들이 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 동안 노력한 우리들의 힘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곧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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