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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인상착의 기억해요?”…한국시리즈 암표와의 전쟁
-28일 한국시리즈 암표 현장 단속
-단속 당한 암표상…경찰 상대로 폭언
-온라인 암표 문제제기도 이어져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 앞에서 내야석 2개를 60만원에 팔고 있어요.”

2017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리던 28일 오후 1시 40분, 기아 타이거즈 8번 안치홍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암표방지 공익 신고 센터를 찾아왔다. 송파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인상착의 기억해요? 녹음이나 동영상 하셨고요?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저희 한 분하고 같이 가시죠.”

경찰이 암표와의 전쟁에 나섰다. 3만원, 4만원짜리 표 두 장이 60~80만원에 팔렸다. 경찰은 암표 거래를 신고하면 단속된 암표를 몰수했다. 공익신고자에게 해당 좌석에 입장할 수 있는 제도를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함께 시작했다.

28일 잠실구장 주변에서 암표상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이날 하루 단속된 건수는 10건, 표 수는 19매였다. 단속된 암표상은 경찰관을 상대로 고성을 질렀다.

“XX것. 내 표를 왜 저 X들한테 주냐. 이거 함정 단속 아니냐. 딱지 끊어라. 우리 암표 파는 걸 잘했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 표를 저 놈들한테 주냐 이거다. 사유재산 침해 아니냐 말이다.”

이날 단속된 암표상 A씨는 공익신고센터에서 진술서를 쓰고 나오며 티켓을 모두 찢어버렸다. A씨는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인근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연신 들이키며 경찰을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 이모(55ㆍ여)가 폭발했다. “왜 내 가게 앞에서 XX이야. 장사도 못하게. 우리 집이 무슨 암표상이야? 전부 다 꺼지라고.” A씨는 벗었던 윗옷과 집어던졌던 모자를 주워들고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한국시리즈는 전국 각 구장에서 암표를 하는 사람들이 전부 올라온다고 보면 된다. 생계형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조직적으로 하는 이들이다 보니까 반발 강도도 더 세다”고 말했다.

28일 잠실구장 주변에서 암표상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이날 단속된 암표상들은 며칠내로 즉결심판에 넘겨진다. 현장에서 거래한 티켓은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된다. 판사는 20만원 안팎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다른 암표상 B씨는 온라인 암표거래의 문제를 지적했다. B씨는 “티켓베이(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보면 하나에 20~30만원씩 팔고 있다. 개인간에 거래하는 것처럼 만들어주고 사이트가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현장에서 티켓 넘겨주고 온라인으로 돈 받으면 적발이 안 된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나. 온라인 암표 문제가 더 심한데 우리 같은 밑바닥만 단속 하는 거 아니냐. 암표도 대학나와야 할 수 있냐”고 했다.

단속 당하고 열받아서 장사를 접는다며 소주를 마시던 B씨 옆으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관객이 찾아왔다.

“두산 내야 있어요? 내야석 2개?” B씨는 관객을 째려보고 다시 술을 마셨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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