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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탈루냐 자치정부 독립선언 일단 유예
주민투표 결과 선포 권한 위임
푸지데몬 수반 독립선언문 서명
“중앙정부와 대화에 응할 용의”
스페인 “수용불가” 대화 거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선언을 유예하고 스페인 중앙정부와 대화할 뜻이 있다며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즉각 대화 거부 입장을 표명,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현지시간) 저녁 자치의회 연설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나는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면서 투표 결과에 따라 독립 선언 요건이 충족됐음을 공식 발표했다고 AP통신, BBC 등 외신이 전했다.

이날 푸지데몬 수반과 자치정부 지도자들이 서명한 독립선언문에는 “우리는 모든 국가와 국제 기구가 카탈루냐 공화국을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1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는 43%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90.18%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공식 집계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주민투표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투표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푸지데몬 수반은 이날 연설에서 “카탈루냐와 스페인 간의 긴장 완화와 카탈루냐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해결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독립 선언의 발효를 몇 주간 중단해 달라”고 지역 의회에 요청했다.

이어 “우리는 스페인과 대화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관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는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또한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갈등 해소를 위해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을 향해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미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단지 투표를 원했다”면서 “모든 이들이 책임 있게 행동한다면 갈등은 평화롭게 합의의 방식에 따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분리 독립 찬성 의견이 승리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이날 독립 선언 잠정 중단을 제안하면서 일보 후퇴했다.

그동안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정부가 일방적으로 분리 독립을 선언할 경우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권 몰수와 지방정부 해산 등 초강경책을 쓸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는 ‘불복종’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양측이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 선언을 유예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열렸다.

푸지데몬 수반의 이날 연설은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국이 될 자격을 얻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날 연설 내용에 대해 즉각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정부는 분리주의자들의 독립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민 투표 또는 그 결과가 유효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페인 중앙정부 대변인은 “암묵적으로 사실상 독립 선언을 한 뒤에 곧바로 이에 대한 중단을 요구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스페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도 AP통신에 “스페인은 불법적인 주민투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카탈루냐의 암묵적인 독립선언 역시 수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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