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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5일이나 남았습니까…” 방황하는 ‘취준생’들
-하반기 공채 코 앞인데…“공부할 곳이 없어요”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아직 5일이나 더…”

서울 종로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오모(26) 씨는 아직도 5일이나 남은 ‘빨간 날’이 있는 달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평소 도서관을 다니면서 취업공부에 집중하던 그는 그간 연휴기간 문을 여는 곳이 없어 계속 방황하던 차였다. 오 씨는 “친척들이 몰려드는 집안에서 있기가 더 싫어 프렌차이즈 카페를 전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곳들도 문을 일찍 닫아 편히 공부할 수 있진 않다”며 “커피 값과 점원들의 눈치를 5일 더 감당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남들에겐 ‘벌써’ 5일이지만 이들에겐 ‘아직’ 5일이다. 평소 공공도서관 등에서 공부하다 연휴 기간 갈 곳을 잃어버린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다.

하반기 공채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연휴 10일은 이들에겐 금쪽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공공도서관과 카페 등 상당수는 연휴 기간 문을 닫아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아영(28ㆍ여) 씨는 용산구에 사는 친구 자취방을 당분간 빌리기로 했다. 이 씨는 “10일 연휴 동안 문제집과 씨름을 해야한다는 게 아쉽지만, 올해도 떨어지면 안 된다”며 “3~4평밖에 되지 않는 자취방이지만 모든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곳이 생겨 기쁠 따름”이라고 했다.

중구에 살고 있는 취업준비생 이종민(29) 씨는 집과 30분 거리에 있는 독서실을 택했다. 이 씨는 “집 앞 독서실은 모두 자리가 꽉 차 이마저도 겨우 구했다”며 “그러나 노트북 전용석이 있는 공공도서관과 달리 독서실엔 그런 자리가 없는 곳이 많아 걱정되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상당수 취업준비생은 말그대로 5일 내내 ‘카페 메뚜기족’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프렌차이즈 카페를 찾았다는 대구 중구에 살고 있는 취업준비생 장유근(28) 씨가 그런 상황이다. 장 씨는 “아무래도 오래 있기에는 미안하고, 연휴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니 집중이 안 되는 게 사실”이라며 “남들이 명절을 맞아 웃고 떠드는 걸 보면 공부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나 자신이 더 비참해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울산 남구에 사는 유설화(27ㆍ여) 씨도 마찬가지로 대학가의 프렌차이즈 카페를 전전하고 있다. 그는 “긴 연휴를 즐기지 못한 채 오히려 더 눈치보며 생활하는 데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며 “올해 기필코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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