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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연휴 女女갈등?②]“여자는 곁상에서 먹으라고요? 할머니ㆍ엄마랑 말 안 통해요”
-세대 가치관 변화하는 속도 빠른 여성들

-“3대 모인 자리서 각자 의견 달라 배려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여자들만 제사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아빠랑 남동생은 TV 보고 있잖아요. 다같이 즐거워야 명절 아닌가요.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면 그게 무슨 명절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30 미혼 여성들에게도 추석 명절은 스트레스다. 시댁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며느리만큼은 아니지만 친가에서도 전 부치고 설거지 하는 등 분담해야 할 가사노동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27) 씨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라면서 이 집안 대 이을 자식도 아닌데 식용유 뒤집어 쓰고 전 부치는 이유를 모르겠다. 벌초는 나도 할 수 있으니 남자 사촌들이 밤이라도 까서 부엌일을 나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명절 부엌일을 거부하면 가장 많이 잔소리 하는 대상이 할머니, 엄마여서 젊은 여성들의 답답함은 더욱 크다.

조모(27) 씨는 “남동생이 일을 안 하면 저도 안 하겠다 드러누운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다 큰 애가 왜 저러냐. 저래서 시집 어떻게 가냐’고 할머니가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스트레스 받아서 그냥 전 부쳤다”고 지난 추석을 회상했다. 김 씨는 “내가 일을 안 하면 엄마와 할머니가 할 일이 더 많아지니까 결국에 하게 되더라. 아빠는 고향 친구 만나러 나가고, 남동생은 방에서 게임 하는데 부엌에 쪼그려 앉아 일하느라 삭신이 쑤셨다. 그래놓고 상 차리면 여자들만 코딱지만한 곁상에서 먹는 게 말이 되냐”고 덧붙였다.

이모(30) 씨는 “고모들은 저녁에 슬금슬금 찾아와서 친정이라고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누워있다. 엄마가 고생고생해서 만든 차례음식을 고모부들이 ‘맛있다, 맛있다’ 몇마디에 바리바리 다 싸갈 때는 얄미워 죽겠다. 우리 엄마는 친정도 못가는데 와서 할머니가 고모들 언제오냐고 재차 물으면 그것마저도 얄밉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젊은 여성들은 기존의 명절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조 씨는 “아쉬운 친척도 없어서 말 하려면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 때문에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역정내면 중간에서 엄마만 곤란해질까봐 항상 참는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제일 고생한 엄마가 ‘좀 순순히 있어라’고 하면 뿌리치고 난리칠 수 없지 않냐. 남도 아닌 가족이고 명절이니까 그냥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도 “세상이 바뀐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안 바뀐다. 아빠, 삼촌,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엄마, 할머니마저 그렇다. 뭐하러 제사 지내냐고 하면, 당장 엄마부터가 ‘그래도 제사를 지내야지 어떻게 안 지내냐’고 한다”고 답답해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같은 세대 갈등 상황이 급속하게 진행된 세대간 가치관 변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이전 세대는 중년 이상에서 명절에서 의례 해왔던 것으로 당연시 하던 부분이 있다. 가령 남자 먼저 식사하고 여자들은 부엌일 끝나고 난 뒤에 밥을 먹던 것들이 그렇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일 수 있다. 여권이 신장이 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인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가족내 관계도 서로 배려하는 쪽으로 변화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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