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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연휴 女女갈등?①] 명절날 꼭 당직 걸리는 동서…‘독박 차례상’ 한숨
-며느리만 준비하는 차례상?…불참하면 다른 며느리에 독박

-남편들 ‘부엌일’ 외면…“종일 밥상 차리는 명절 힘들어” 푸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50대 전업주부 A 씨는 명절 때만 바빠지는 것 같은 동서가 못마땅하다. 워킹맘인 막내 동서가 이번 명절에도 차례음식 준비를 거들지 못한다며 계좌로 돈을 넉넉히 부치겠다고 연락했기 때문이다. 직장일을 해야 하는 피치 못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돈 드릴테니 무조건 이해하라고 하는 것 같은 당당한 태도가 괘씸하기도 하다. 동서가 일손을 안 도우면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본인이기에 서운함은 더욱 크다. ‘돈봉투 내밀고 안 와도 되는 거면, 나도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며 A 씨는 벌써부터 삭신이 쑤신다.

#. 30대 워킹맘 B 씨는 유통업에 종사해 명절에는 더 바쁘다. 올해도 명절 당직 때문에 시댁에 가지 못한다고 하자 남편부터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시어머니, 형님도 난리가 났다. 친정조차 못 가고 일하는 며느리를 왜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남편과 아이만 시댁으로 보내자는 말에, 남편은 우선 시어머니와 형님에게 일일이 전화해 죄송하다고 사과부터하란다. 속상한 마음에 젊은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소연 글을 올리자 비슷한 처지에 동감하는 댓글이 수십개 달린다.


추석연휴, 한 집안에서 차례상 준비가 일부 며느리에 전가되면 형님동서간 사이가 소원해진다.한쪽이 직장 등을 이유로 차례 준비에 불참하게 되면 전업 주부인 며느리가 각종 음식 준비를 도맡으며 ‘독박 차례상’을 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주로 명절 음식 준비를 떠맡게 되는 건 전업주부 쪽이다.

전업주부 윤모(53) 씨는 “일할거리가 쌓여있는데 시동생에 그 자식까지 먹이고 돌보려면 그게 다 짐이다. 일이 몇배로 늘어난다”며 “아예 명절날 시동생 부부는 오지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사실 동서가 안 와도 시동생이 대신 부엌일 도와주면 문제가 없는데, 그것도 하질 않으니 좋게 볼 수가 없더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일손을 돕지 못하는 워킹맘도 할 말은 많다. 자신이 차례상차림을 돕지 못해 일손이 부족하면 아주버님이나 남편이 도우면 되지 않냐는 것이다.

결혼 4년차 서모(37) 씨는 “맞벌이를 하면 남편이 가사노동을 분담해줘야 하고, 명절이라면 명절 음식 준비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어느정도 집안일은 하는 남편인데도 시댁에서 부엌에 들락날락 거리면 며느리에게 화살이 돌아온다며 명절 때만은 꿈쩍도 안해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갈등구도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유독 ‘부엌일’에 대한 남성들의 참여도가 낮아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성별ㆍ가구형태별 가정관리 시간배분’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가사 노동 중 남녀 격차가 가장 큰 부분은 부엌일에 해당하는 ‘음식준비’다. 주중에 여성은 음식준비에 하루에 평균 63분을 쓰지만 남성은 단 6분을 사용해 10배 넘게 차이가 났다. 주말에도 여성은 73분, 남성은 9분을 사용해 격차가 크다. 


당시 연구원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중요하지만 남성들의 더 적극적인 가사분담이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고 제시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 구성원 일부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될 수 있게 배려해야 하지 않겠냐”며 “명절 전통이라는 것도 사실 변화하고 있다. 제사상에 피자도 올리는 시대인만큼 일부가 고생하는 명절은 지양하고 (명절 노동을)융통성 있고 실용적으로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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