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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만 보는 친척①]“김 서방, 직장은? 연봉은? 아이는?”…사위들도 ‘명절 공포증’
-“청문회ㆍ부서회식 재판”…사위들도 명절 스트레스 겪어

-전문가 “시가ㆍ처가 모두 낯선 존재란 점 인정해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결혼 2년차 직장인 김동현(34, 서울 마포구) 씨는 단 한 번의 명절을 겪었을 뿐인데도 소위 ‘명절 공포증’이 생겼다. 지난 설날 처가를 방문했다 집안 어른들로부터 청문회를 방불케하는 송곳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3명이나 되는 처삼촌들이 설날 당일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에서 자정이 넘도록 도수가 높은 술을 권하시며 ‘연봉이 얼마냐’, ‘결혼할 때 남자쪽이 얼마나 돈을 부담했냐’ 등의 각종 곤란한 질문을 퍼부었다”며 “직장에서 겪을만한 부서 회식을 다시 경험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명절증후군이 며느리들만의 전유물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이른바 ‘시월드(시댁과 월드를 합친 신조어로 시댁 스트레스를 상징하는 말)’ 못지 않게 ‘처월드(처가와 월드를 합친 신조어)’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사위들도 늘고 있다.

특히,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신랑들이 처가 가족들과 갈등을 경험하거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관계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힘들어 발생하는 문제다.

명절이 되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평소 보기 힘든 처가댁 식구들이 사위를 상대로 하는 질문이나 조언들 가운데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내용이 많다는 게 사위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2015년 결혼한 뒤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회사원 박성준(32) 씨는 “명절때마다 뵙는 처가댁 어른들 가운데선 만날 때마다 연봉을 묻거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는 형식으로 경제 관념에 대해 지적을 하는 분이 있다”며 “집안 어른께서 하시는 말씀이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듣고 있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혼 3년차인 직장인 이승준(35) 씨는 “명절만 되면 부부간의 합의로 여태 아이를 갖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한 시간이 넘도록 구박하는 처삼촌분이 있다”며 “처음 한 두번은 참았지만, 자꾸만 반복되다보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거리 운전을 하고 처가집에 방문한 사위에게 쏟아지는 처가 식구들의 잔소리 역시 사위들이 ’처월드‘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직장인 최모(38) 씨는 “처가집 근처에 사는 처제네 가족들이 이미 도착해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도착 순서를 두고 장모님의 타박아닌 타박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명절 용돈 액수 역시 사위들을 저울질하는 주요 잣대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TV 채널 하나 마음대로 돌리지 못하는 ‘불편한’ 처가 집 분위기도 스트레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중간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월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편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내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가’든 ‘처가’든 남편과 아내에게 모두 낯선 존재라는 점을 서로가 인정하는 게 갈등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강학중 가정경제연구소 소장은 “명절증후군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위는 이래야 한다라는 역할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게 우선”이라며 “기대치를 낮추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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