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황금연휴 숨은 일꾼] “한가위, 한가할 틈 없죠”…남들 쉴 때 더 바쁜 사람들
-지하철 청소원 딱 하루 휴식…“가족과 휴가도 못가”
-“정상 근무해요” 쉴 틈 없는 특수직종 종사자들
-“이 때라도 벌어야”…특수 노리는 유통업계도 분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7년차 지하철 청소원 현모(57) 씨에겐 ‘황금연휴’가 없다. 남들은 주말을 포함해 최장 10일을 쉬지만 현 씨는 추석 전날만 하루 겨우 쉴 뿐이다. 추석 당일엔 오전 일찍 차례를 지내고 오후 근무에 들어가야 한다. 연휴 기간에도 지하철은 정상 운행되기 때문이다.

현 씨는 “며칠 전 아들과 딸이 연휴를 맞아 일본으로 떠났는데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남들처럼 해외에서 연휴를 보내고 싶지만 전철이 달리는 이상 나도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남들이 쉴 때 더 바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수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역대 최장의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쉴 때 오히려 땀을 흘려야 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청소원이나 경비원 등 특수직종 종사자들에게 황금연휴는 남의 일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김모(66)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장장 10일의 긴 연휴를 즐기고 싶지만 직업 특성상 동료들과 번갈아가며 정상 출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남들이 쉴 때 함께 쉴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특히 연휴 기간엔 빈 집이 많기 때문에 순찰을 강화하고 택배도 대신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황금연휴’는 없지만 주민들이 맘 편히 연휴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연휴 기간 남들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있지만 황금연휴를 특수로 삼아 ‘꽉’ 잡아야 하는 이들도 있다. 이 가운데 반려동물을 맡기는 애견호텔은 그야말로 ‘특수 중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애견호텔은 단순히 강아지의 끼니를 챙기는 것 뿐만 아니라 야외 산책 등 정해진 일정에 따라 돌보기 때문에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 이번 연휴 특수에 대비해 많은 애견 호텔들이 직원들의 정상 근무와 함께 예비 인력까지 준비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애견호텔은 이번 연휴 기간의 예약률이 평소보다 2~3배 뛰었다. 해당 애견호텔의 매니저는 “연휴 기간 동안 약 30마리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5명의 선생님들이 오전 오후 조로 나눠 강아지들을 돌본다”며 “일이 많아 대부분 이틀씩만 쉬고 출근하고, 이번 연휴 동안 근무할 임시 파트타임 선생님까지 구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직원들에게도 이번 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황금기회’다. 국내에서 연휴를 보내는 고객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들의 경우 대부분 추석 연휴 동안 이틀만 쉴 뿐 나머지 연휴 기간은 모두 정상 영업한다. 경기도에 있는 유명 아울렛들은 추석 당일에만 문을 닫는다.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맘 같아선 가족들과 편하게 연휴를 즐기고 싶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요즘엔 이 때라도 열심히 벌어야 한다”며 “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지만 이러한 근무 패턴에 많이 익숙해졌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