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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노인의 날]“추석연휴, 내 새끼 하루라도 재우고 싶지만”…소외되는 노인들
-보고싶어도 미안해서 참는 할머니, 할아버지
-젊은이들처럼 추석 활용한 휴가는 언감생심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들뜨는 젊은이들과 달리, 명절을 앞둔 노인들의 마음은 안타깝고 헛헛하기만하다. 긴 추석 연휴에도 불구하고 고향과 부모님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명절을 기대하는 노인들이 줄어들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 종로 인근에서 만난 노인들 중 상당수가 추석명절을 기대하기 보다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보낸다고 답했다.

종로3가 역에서 만난 정모(69) 할아버지는 “추석 때 부인하고 둘이서 지낸다. 자식들은 못 온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 씨는 “가족들도 다들 살기가 바쁘니까 만난지 오래됐다. 멀리 사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 키우고 매일 돈 버느라고 바쁘니까 이해해야지 별 수 있냐”며 “보고 싶다고 제쳐두고 오라고 하면 부모된 맘으로 미안해서 못 한다. 잘들 살면 그걸로 만족한다. 욕심 없다”고 말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젊은이들처럼 추석 연휴에 휴가계획을 세우는 노인들도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었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었다.

노모(79) 할머니는 젊은이들처럼 긴 연휴를 활용해 여행갈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일이 없는 걸 뭐!”라며 웃었다. 노 씨는“매일 노는데 굳이 다들 여행 가느라 난리통인 명절에 나갈 필요 있냐. 평소에도 여행갈 여유가 없는 마당에 손주 애들 용돈이나 더 쥐어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오모(71) 할아버지는 추석에도 일하느라 여행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한다. 오 씨는 “추석에도 당직을 나눠서 경비를 서야 하는데 올해는 연휴가 길다보니 당직도 여러번 돌아오더라”며 “자식들이 집에 오니까 얼굴 보면 그걸로 다행이다. 요즘엔 경비원도 젊은 사람들이 오니까 나같은 70대는 불안하다. 손주 애들 용돈도 주고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살고 싶다.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의 32.5%만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열에 일곱 가구가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길어진 연휴에도 가족들 얼굴을 더 오래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도 딱 하룻밤만이라도 볼 수 있어 좋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복례(72) 할머니는 “추석 때 자식하고 손주들하고 오기로 해서 너무 좋다”며 “딱 하룻밤 자고 간다고 했다. 중학교 손녀딸 명절 때만 보는데 너무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더 오래 있었으면 하는데 공부하느라 바쁜 거 아니까 참아야하지 않겠나. 그냥 하루라도 맛있는 거 먹이고 푹 쉬게 하고 싶다”며 “이번에 추석이 기니까 그래도 하룻밤은 할머니가 같이 자자고 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노인 소외를 젊은이들의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고 명절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추석 기간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젊은층의 비중은 10년 새 3배 가량(1.2%→3.1%) 늘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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