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숏다큐는 기사 만큼 깊지 않지만, 취재진의 생생한 경험ㆍ인터뷰 현장을 전달합니다. 글 맨 아랫부분을 참고하세요.
[HBLab=상하이(중국) 윤현종 기자ㆍ김보희PD]
“네, 중국 기술입니다”
주리(朱麗) 관장은 이 날 ‘국내(중국) 기술’ㆍ‘중국제(산)’란 단어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기자가 제품이나 기기를 볼 때마다 중국 토종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물어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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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 분말을 3D프린팅 해 만든 공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면 큰 공 속 작은 공이 겹겹이다. 마트료시카를 닮았다. 사람 손을 안 거친 일체형 제품. 사진 속 공 뒤에 적힌 설명을 보다시피, 이 ‘잉크’는 화수(華曙ㆍFarsoon)사가 만들었다. 중국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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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늄합금 분말도 있었다. 주 관장은 “강도ㆍ밀도가 아주 센 3D프린팅 소재”라며 “주로 항공ㆍ의료 분야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여기 전시된 프린팅 재료 중 가장 비싸다”고 귀띔한 건 덤이다. 역시 화수 사 생산품이다. 중국제다.
고기능성 플라스틱 PEEK도 있었다. 일종의 복합소재로 머리뼈 등에 부착하는 의료제품 또는 의수ㆍ의족 프린팅에 쓰인다. 중국 기술로 만든 소재다. 주 관장에게 물었다.
Q:여기 있는 재료들을 중국이 생산해낸 시점은 언제부터인가?
주리 관장 (이하 주):198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실에 부합한다. 중국 중앙정부 산하 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칭화(淸華)대는 1988년 고속레이저성형연구센터를 세워 3D프린팅 관련 연구 첫 발을 뗐다. 5년 뒤엔 공업용 3D프린터를 자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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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상하이, 한국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방문한 ‘중국3D프린팅문화박물관’은 일종의 배움터였다. 창업투자사 상하이즈후이완(上海智慧灣ㆍSmart Bay)이 세운 이 곳엔 시장규모ㆍ국가 순위 등 단순 지표로 알기 힘든 중국 3D프린팅 산업의 현재가 있었다. 이 분야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는 그들의 ‘속도’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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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최대 방직공장이었던 곳을 그대로 활용한 이 박물관은 7월 19일 정식 개장했다. 면적 6000㎡(구 1820평)에 6층으로 구성됐다.
내부는 얼핏 소박해 뵈는 겉모습과 달랐다.
모든 전시물은 3D프린팅 제품이다. 의류ㆍ귀금속ㆍ의료제품ㆍ첨단산업 부품 등이 층별로 있다. 3D프린팅으로 복원한 유물과, 프린팅 재료도 별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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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들어서니 화려한 결혼드레스가 시선을 끈다. 3D프린팅으로 만들었다. 감촉이 부드러웠다.
주:결혼식 드레스인데, 최신 실리콘으로 제작했고 당장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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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품명 ‘성제전기(星際傳奇)’다. 3D프린터로는 어떤 물건이든 만들 수 있다. 가능성이 넓은 우주처럼 무한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SLA 방식으로 프린팅했다.
SLA(Streo Lithography Apparatus)란 액체 소재를 이용, 레이저로 출력 속도와 정밀도를 높인 3차원 출력 방식이다. 정교한 제품제작에 주로 쓰인다.
그렇다면 이 작품, 그리고 박물관에 있는 수 천 개 제품들은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등잔 밑이 어두웠다. 바로 옆에 있었다.
박물관 1층 연구개발센터를 소개하고 있는 주리 관장[HBLab 원본영상] |
주:전시물 1개 출력에 최장 72시간을 넘지 않았다. 빠른 편이다.
2층으로 올라갔다. 이 박물관의 ‘특장점’을 가능케 한 주역 수십 개가 취재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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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특히 얼굴은 인물 사진을 쓰거나, 실제 얼굴을 3차원 스캐닝해서 나온 데이터로 설계해 출력했다. 몸체는 게임 캐릭터다.
Q:누구 얼굴인가?
주:우리 박물관서 일하는 (3D프린팅) 설계사와 직원들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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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진 속 프린터를 가리키며) 실습용으로 쓰는 소형 3D프린터다. 중국 브랜드다.
Q:어떤 회사 제품인가?
주:베이징에 있는 타이얼스다이(太爾時代ㆍTier Time)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미 2015년께 전 세계 10대 3D프린터 생산 기업으로 올라섰다. 나머지 9개 사는 미국(8개)ㆍ네덜란드 기업이었다.
박물관에 있는 3D프린터만 중국 토종이 아니었다. 3차원 스캐닝 제품도 중국제였다.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보급형이었다.
취재진의 3D 안면스캐닝 체험장면[HBLab 원본영상] |
주:본 시스템은 당신 얼굴을 각종 게임 캐릭터와 합성한다. 그리고 데이터가 나와서, 마음에 들면 원하는 ‘잉크(소재)’를 선택해 맞춤형 출력을 할 수 있다. 1회 제작에 보통 700위안(12만 원)가량이다.
나만의 인형만 여기서 가능할까. 내 마음대로 디자인 한 제품을 주문하면 3차원 출력으로 만들어 집까지 배송해주는 기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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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사진처럼, 시험삼아 ‘헤럴드(Herald)’를 써 봤다.
주:이어서 만들어질 제품 재질을 고를 수 있다. 백금-황금-18K 모두 정할 수 있다. 미리보기도 가능하다.
주:마음에 들면 여기 있는 QR코드로 이 제품을 스캔하고, 가격을 바로 지불하면 1주일 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원스톱 배송에 핀테크까지 결합한 3차원 출력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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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내내 기자의 질문에 시달렸던 주 관장과 헤어지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기다렸다는 듯, 지친 기색 없이 답하는 그에게서, 자신감을 엿봤다.
“현재 선진국과 기술격차는 점점 줄고 있다. 스마트제조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방향이고 목표다. 특히 최근 재료-설비-응용 등 3D프린터 관련 전문인력도 늘고 있다.
따라서 중국 3D프린팅 기술은향후 1∼2년 내에 미국 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어진 지 100년 됐다는 이 박물관 건물엔, 2017년 판 ‘중국몽(中國夢)’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 관련영상:유튜브 HB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