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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절기 불청객 ‘레지오넬라증’ 주의보 켜졌다
-올해 신고 건수 증가…전년대비 57.9% 늘어
-지난해 9월에도 환자 급증…발열ㆍ두통ㆍ오한
- 남성ㆍ50세 이상ㆍ당뇨 등 기저질환자 주의
- 에어컨 급수탑ㆍ목욕탕 욕조수 등서 菌발생
-“37~42도서 급증…연중 소독ㆍ관리 철저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회사원 권모(32) 씨는 날씨가 선선해진 요즘에도 에어컨 바람을 찾아 다녔다. 회사는 물론 집에서도 주말 한낮에 가끔씩 에어컨을 켰다. 출퇴근 시 타는 버스에서도 에어컨이 꺼져 있으면 “켜 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던 권 씨는 얼마 전부터 극심한 두통과 오한에 시달렸다. 3일 정도 지난 뒤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그는 병원을 찾았다. 결국 ‘냉방병’이라는 진단과 함께 “레지오넬라증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지만, 아직 낮에는 더운 데다 습도가 높아 여전히 대형 건물에서 에어컨 사용 빈도가 높다. 그러나 요즘처럼 에어컨을 켜는 환절기에 무서운 질환 중 하나가 레지오넬라증이다. 이 질환은 에어컨 냉각탑 수조에 있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주로 감염되며, 폐렴 등 심각한 각종 합병증을 일으킨다. 최근 레지오넬라증 감염 신고가 급증하고 있어 보건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8월 레지오넬라증 신고 건수가 크게 증가했고, 향후 지속적인 발생 증가가 예상된다고 7일 밝혔다. 
연도ㆍ월별 레지오넬라증 신고 건수(2011년∼2017년 8월). [자료=질병관리본부]

실제로 지난달 31일 기준 올해 레지오넬라증 신고 건수는 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건)보다 무려 57.9% 증가했다. 특히 에어컨을 여전히 사용하는 환절기인 9월은 레지오넬라증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에도 9월 환자가 19명으로, 8월(11명)보다 72.7%나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ㆍ공동주택 온수, 목욕장 욕조수 등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에 대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지오넬라증은 냉각탑수, 건물의 급수 시설, 목욕탕 등 인공적으로 고인 물에서 증식한 레지오넬라균이 분사될 때 호흡기로 흡입돼 발생한다. 레지오넬라증은 크게 레지오넬라 폐렴과 폰티악 열로 나뉜다. 두 질환 모두 발열, 두통,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잠복 기간이 최장 3일인 폰티악 열은 2~5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다. 반면 잠복기가 2~10일인 레지오넬라 폐렴은 다른 합병증을 일으킨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감염 후 치사율이 약 10%나 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 냉방 설비용 냉각탑 수조에 서식하고 있다가 에어컨을 가동하면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는 박테리아로,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침투한다”며 “두통, 근육통과 함께 오한, 발열, 복통,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레지오넬라증은 성별로는 남성, 연령별로는 50세 이상, 당뇨, 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지난해까지 6년간 보고된 레지오넬라증 사례 266건을 분석한 결과 ▷남성 190건(71.4%) ▷50세 이상 218건(82.0%) ▷기저 질환자 214건(80.5%)이었다.

때문에 레지오넬라증 고위험군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병원, 요양 시설, 목욕탕 등)에서는 더욱 철저한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 25~45도에서 번식하고, 37~42도에서 급증하는 레지오넬라균 특성상 항상 따뜻한 물이 있는 목욕탕 등에서는 특히 주의가 요망된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하절기에 가동되는 냉각탑뿐 아니라, 연중 사용하는 병원ㆍ공동주택 온수, 목욕탕 욕조수 등은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이들 시설을 정기적으로 청소ㆍ소독하고, 수온과 소독제 잔류 농도를 살피는 등 철저한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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