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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송 인지대 감액 논란 ②] 집단소송 한번에 인지대만 ‘수십억’
-故 이맹희 CJ 명예회장, 300억 소송비용 중 171억원이 인지대
-항공기 소음피해 집단소송, 인지대만 29억원…헌법소원 제기
-임우재-이부진 재산분할 소송…이틀 빨리해 31억 절약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최근 고액의 인지대가 문제된 대표적 사례는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냈던 상속재산 분쟁이 꼽힌다. 2012년 이 명예회장이 청구했던 금액은 4조849억 원에 달했고, 1심 재판에서 부담한 인지대만 127억 원을 기록했다. 이 명예회장은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하면서 192억 원을 추가로 법원에 내야 하는 데 부담을 느껴 청구액을 96억여 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 명예회장은 법원에 납부한 인지대 171억 원과 변호사비용 100억 원 등을 합해 소송 비용으로 300억 원 가까이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은 작고한 뒤 200억여 원의 빚을 남겼는데, 인지대를 내기 위해 140억여 원의 증권담보대출을 받는 등 소송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 사실이 전해지며 재판청구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 [사진제공=연합뉴스]

거액의 인지대 부담은 많은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집단소송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2014년에 ‘민사소송 등 인지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던 사례도 고액의 인지대가 발단이 됐다. 당시 항공기 소음 피해에 대해 집단소송을 대리했던 한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8300억 원대 소송을 냈지만, 인지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장각하 명령을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규정대로 인지대를 산정하면 당시 집단소송 참가자들은 29억 원의 비용을 먼저 내야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

헌재는 사건이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투입하는 비용도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에 현행 인지대 부과 방식을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강일원, 서기석 재판관은 인지대의 상한을 정하지 않고 청구액에 따라 무제한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송에서 청구하는 금액이 큰 경우에도 사실관계가 간단해 소송이 빨리 끝나는 사례도 적지 않고, 특히 헌법소원의 계기가 된 사건에서도 과연 법원이 29억 원이라는 거액의 비용을 실제로 들였는지 의문이라는 게 두 재판관의 생각이었다.

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상대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경우는 불과 이틀 차이로 수십억 원의 인지대를 절약해 화제가 됐다. 임 씨는 지난해 이 사장의 재산 형성 과정에 자신이 기여한 바가 있다고 주장하며 1조2000억 원을 청구했다.

종전 재산 분할 인지대는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액수와 관계없이 1만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일부터 재산분할 소송에서도 다른 민사사건과 동일한 인지대를 내도록 개정법이 시행됐다. 1조 2000억 원을 청구할 경우 인지대는 31억 원이 넘었지만, 임 씨는 개정법 시행 이틀 전에 소송을 내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인지대 5만원 만 납부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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