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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양식’ 얌체족 몸살②] 비싼 교재 사느니 연체료 내겠다…전공서적은 ‘장기 대출중’
- 새학기 시작하자마자 전공 도서 확보 ‘전쟁’
- 권당 3~4만원 전공책 부담돼 장기연체 감수
- 책 필요한 다른 학생은 볼 수 없는 경우 많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대학생 3학년인 이모(23ㆍ여)씨는 가을학기 개강 일주일 전 학교 도서관을 가장 먼저 찾았다. 전공책인 경영학개론과 마케팅원론 책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으로 도서관 대출현황을 검색해본 이씨는 이미 주요 몇몇 전공 책은 이미 대출중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지금 빌린 책을 한 학기동안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장기연체를 하면 연체료를 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공도서를 다 사면 2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교의 가을학기가 시작한 직후인 5일, 도서관의 주요 전공서적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전공서적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장기대출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이 책을 보고 있는 모습

실제 서울 시내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각 전공 개론서를 검색하면 ‘대출중’으로 뜨는 경우가 여럿 보였다. 대부분 누군가가 미리 수업용으로 쓸 전공 도서를 빌린 경우다. 서울 성북구의 한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학생은 “지금 대출된 전공서적은 학기 중에 전공 책으로 쓰여져 장기연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정해진 시간에 반납하지 않을 경우 도서관 및 열람실 출입이 정지되고 하루에 100원 등 연체료를 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연체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싼 전공도서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워서다.

지난 학기 전공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전공책 2권을 장기연체를 했다는 대학생 최모씨(28)씨는 중간고사 전까지 책을 반납하지 않았다. 그는 “중간고사 이후에는 배우는 내용이 달라져서 전공 책도 바뀌었다”며 “고작 한 두달 쓰기 위해서 2~3만원짜리 교재를 쓰는 게 아까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국도서는 보통 4~5만원인데 이것을 다 사는 학생들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장기연체를 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전공서적의 가격이 부담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분위기였다. 서울 신촌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오 모(25)씨는 “도서관 책이 다 대출중이면 답답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마음도 이해간다”며 “전공책이 너무 비싸서 도서관에서 빌린 뒤 근처 제본집에서 제본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서관 장기 대출을 하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필요한 책을 대출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내 대학교 5곳(서강대, 고려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시립대, 경희대)을 조사한 결과, 현재 도서 대출 후 한 학기(4개월) 이상 장기연체 중인 도서는 약 1500권이 넘는다. 연체 기간을 1~2달로 좁혀보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서울 시내 한 도서관에서 발견된 낙서, 찢김 등 훼손이 심한 전공도서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대학생 이연지(21ㆍ여)씨는 “특히 시험기간에 주교재가 아닌 다른 책을 보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으면 대부분 대출불가였다”며 “남아있는 책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형광펜으로 표시돼 있고 낙서가 많았다”고 불쾌해했다.

늘어나는 도서 장기연체족들로 학교도서관 측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학교 측은 장기연체를 하는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지만 이를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의 도서관 담당자는 “여러번 장기연체를 할 경우 연체료를 더 높이 부과하는 등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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