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트럼프,‘자연재해 대응’시험대…부시처럼? 오바마처럼?
내부 권력투쟁 등 혼란수습 호기
정부자금 긴급투입 등 총력 대응
AP “정치적 리스크와 기회 공존”

부시 ‘카트리나’ 대응 실패 비판
오바마는 ‘샌디’ 극복 재선 성공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미국 텍사스주에 최악의 물난리가 벌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재난 정국을 어떻게 수습해가느냐가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흔들리는 지지기반을 다질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를 비롯해 폭풍으로 황폐화된 지역에 정부 자금이 긴급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100% 당신들(수재민)과 함께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극복할 것이고 이전보다 더 커지고 더 나아지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에는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텍사스주를 방문해 피해 현장을 살필 예정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텍사스를 포함해 모든 피해 지역을 재건하는데 정부가 함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해서 이번 사태에 관여하고 있고 텍사스를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대통령의 재난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하비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자연재난으로, 내부 권력투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백악관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이 재난 대응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력과 포용력을 부각시켜, 정부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백악관은 하비가 상륙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텍사스 방문을 예고하는 등 초기 대응에 몰두해왔다.

AP는 “하비의 피해 범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1년은 연방정부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치명적 자연 재해에서 연방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적 위험’과 ‘잠재적 이득’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28일(현지시간) 미 동북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지역을 찾아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위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난에 있어 정부대응의 중요성은 전임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0월 미국 동북부를 덮친 허리케인 ‘샌디’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 정적인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 주지사와 함께 피해 현장을 함께 누비는 모습으로도 주목받았다. 당시 크리스티 주지사도 오바마가 보여준 리더십을 칭찬했을 정도. 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의 정권 재창출을 결정적으로 도왔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서부를 휩쓴 2005년 8월31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피해 지역인 뉴올리언스를 에어포스원에서 내려보다 곧바로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AP연합뉴스]

반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카트리나가 남서부 지방을 강타했을 당시 안일한 대응으로 1800명의 사망자와 90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부시는 주요 피해 지역이었던 뉴올리언스를 곧바로 방문하는 대신 비행기 창문 밖으로 피해지역을 내다보기만 한 것 때문에 재난에 둔감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하비 상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 애리조나 보안관을 사면하는 등 논쟁적 사안을 처리한 것이 의도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재난 상황에서 성실하지 못하거나 집중하지 못한 많은 정치인들이 실패했다”며 “트럼프가 ‘지도자’ 아닌 ‘정치인’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국가위기 상황에선 모두에게 치명적 행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비로 인한 사망자 수는 8명으로 늘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휴스턴을 중심으로 3만여 명이 거주지를 버리고 대피했으며, 최소 45만 명이 넘는 수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