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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논리에 패한 이재용 변호인단, 항소심 전략은
-횡령액 피해보전하면 감형 가능성 있지만 범행 인정해야
-‘전부 무죄’ 다투다 5개 혐의 방어실패 변호인단 교체 전망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5가지 혐의 무죄 받는데 실패, 형량은 선방’.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결과는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2심(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이 횡령으로 인정된 금액 상당 부분을 사비로 배상하고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할 경우 감형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혐의를 일부 인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관심이 집중됐던 뇌물공여 혐의는 물론 재산국외도피, 횡령과 제3자 뇌물공여, 위증 등 5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 [제공=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인정 혐의에 비해 형량이 높은 건 아니라고 평가한다. 뇌물공여죄는 형 상한이 징역 5년이지만, 50억원 미만 ‘재산국외도피죄’와 50억원 이상 ‘횡령죄’는 각각 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재산국외도피한 혐의액이 37억여원이고, 횡령한 돈도 80억여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종합적으로 5년형을 선고한 건 모든 혐의에 대해 법정 하한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선고 직후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유죄 부분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라고 다투면 이 부회장이 선고받은 징역 5년의 형이 더 늘어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심이 판단한 뇌물공여 논리를 깨지 못한다면 정상 참작을 해줄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이 이미 횡령이나 국외재산도피 범죄혐의액의 상당 금액을 무죄로 판단해 제외시킨 점도 부담이다.

형사사건 변호 경험이 많은 최성식(4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1심에서 무죄받은 부분이 많아 항소심에서 추가로 다툴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며 “변호인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1심 재판부가 법정형 하한을 선고했을 뿐, 아직 감형을 해주지는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항소심 전략을 짤 수 있다.

만일 항소심 재판부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감형을 한다면, 형을 1심의 절반인 2년 6월로 낮출 수 있다. 징역 3년 이내의 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이 경우 법정형이 높은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양형기준이 따로 없지만, 횡령은 ‘사실상 압력 등에 의한 소극적 범행’인 경우나 ‘진지한 피해 회복 노력’이 있다면 감경 요소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이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시했다. 횡령액 80억여원도 이 부회장 입장에선 충분히 낼 수 있는 금액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을 선택할 경우 일부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1심에서 최순실(61)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금전적 지원을 했을 뿐, 뇌물을 건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1심 전략이 실패한 만큼 항소심에서 변호인단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1심에서 인정한 ‘묵시적 청탁’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실제 항소심에서 큰 쟁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이 직접 수뢰자가 되는 뇌물죄는 돈을 건네거나 지급하기로 약속하면 바로 성립하고, ‘청탁’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돈을 받는 제3자 뇌물에서는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뇌물 혐의가 인정 되지만, 1심 재판부는 제3자뇌물 혐의가 적용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제3자 뇌물죄에서 말하는 청탁은 명시적, 묵시적인 방법 모두 가능하다고 수차례 판결한 바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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