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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정부도 업체도 못 믿어”…‘안전생리대 리스트’ 만드는 여성들
-“차라리 이 제품이 낫다”…리스트 공유
-제품별 장단점 소개…마트 유통제품 제외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불안감에 휩싸인 여성들이 직접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 리스트’를 만들고 나섰다.

24일 각종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선 ‘믿고 쓸만한 생리대 15개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모 뷰티 카페의 회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글에는 “그나마 믿고 쓸만한 생리대를 정리해봤다”며 생리대 별 장단점, 흡수력, 화학흡수체 유무, 원산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놨다. 

리스트에 포함된 15개 제품 대부분은 국내외에서 판매되는 유기농 생리대나 순면 생리대로 국내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대중적인 생리대는 일체 제외됐다. 널리 알려진 생리대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판단에서다. 


글쓴이는 “정확한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쓴 것은 아니고 인터넷을 ‘폭풍검색’해 만든 목록”라고 밝혔지만 여성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직장인 김모(32) 씨는 “그나마 괜찮다고 소문난 생리대로 바꾸려고 했는데 이 리스트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리스트를 참고해서 생리대를 구입했다”며 출처없이 떠도는 리스트에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특히 면생리대나 생리컵 등 대안 생리용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더 의존하는 모양새다. 생리컵은 아직 국내에서 시판이 허용되지 않아 직구만이 유일한 구입 방법인데다 인체에 생리컵을 삽입해야 하고, 면 생리대의 경우 직접 빨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두 용품마저 대안이 될 수 없는 여성들이 그나마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고윤혜(27) 씨는 “면 생리대로 바꿀까 생각해봤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입장에선 사용하기 불편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다”며 해당 리스트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리스트가 공유되는 현실이 정부와 업계에 대한 여성들의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리대 포비아’가 계속 확산되면서 식약처는 릴리안 생리대의 품질검사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여성들의 이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이다. 품질검사는 매년 해왔던 것으로 릴리안도 지난 3년간 검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적합 판정을 받아왔다. 문제가 되고 있는 TVOC 연구 결과도 내년이 돼야 나올 예정이다. 

깨끗한나라가 릴리안 환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대형마트 3사도 릴리안 판매를 일제히 잠정 중단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일부 릴리안 사용자들은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법정원이 지난 21일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손해배상청구) 준비 모임’ 카페를 개설하고 피해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24일 오전 기준 가입자가 8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야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지난 3월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내놓은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에 따르면 모든 일회용 생리대가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들이 생리대를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생리대 전 제품의 안전성 검사와 더불어 여성 건강과 생리대의 역학조사를 실시해 과학적인 근거로 여성들을 안심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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