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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형 도시재생] 용산전자상가 일대, 창업의 메카로 부활 ‘날개 짓’
- 호텔ㆍ면세점ㆍ공원 등 관광+문화로 대 변화 中
- 젊은 창업인 모여들며 기존 상가에도 자극
- 서울시 2022년까지 5년간 200억원 마중물 투자

[헤럴드경제=한지숙ㆍ이원율 기자] “젊은 친구들과 노련한 장인들이 시너지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곳, 그곳이 용산전자상가 아닌가요?”

10년전만 해도 ‘전자제품의 메카’로 불리던 용산전자상가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 한 현지 상인의 말이다. 지난 23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용산전자상가는 평일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노트북 조립ㆍ수리’ ‘스마트폰 액정 교체’ 등 반짝이는 간판들 사이로 사람들은 홀린 듯 빨려 들어갔다. 각종 기계 부품을 한아름 안고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지난 10년간 쇠락의 길을 걷던 용산전자상가에는 분명 생기가 돌고 있었다. 이 날 인터넷 공유기를 사러 온 대학생 최성욱(24) 씨는 “용산전자상가가 뜨고 있다는 친구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사진=선인전자상가에 손님과 상인이 뒤섞여 지나고 있다]

용산은 신문물의 관문이나 다름없다. 1970년대 용산청과물시장은 혼잡의 상징이었다. 이 시장이 가락동으로 옮겨간 후 일대는 컴퓨터, 휴대전화, 각종 IT 신제품의 전시장을 방불케하며, ‘얼리 어답터’들의 성지(聖地)로 떠올랐다. 청년들은 ‘삐삐’(무선호출기)에서 시티폰, 벽돌 만한 크기의 휴대전화, 폴더폰, 다시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위해 전자상가를 찾았다. 나진상가에서 10년간 컴퓨터 장사를 해 온 최남득(57)씨는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에는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 뒤 온라인ㆍ모바일 쇼핑이 되면서 오프라인 중심 상가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탔다. 폐업ㆍ창고 정리가 예사였다.

새 바람은 유통ㆍ관광 부문에서 서서히 불고 있다. 용산의 번영을 이끌던 터미널 전자상가 일대에 1700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 오는 10월 정식 개장한다. 최고 40층 높이 타워 3개동을 용모양 형태로 이은 ‘서울드래곤시티’다. 이 곳은 스카이워크, 11개 레스토랑과 바 등 볼거리, 즐길거리로 무장해 앞으로 용산관광문화의 허브가 될 것으로 용산구와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연내 완공하고, 주변으로 세련된 주상복합건물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국책사업인 용산공원, 용산파크웨이(문화공원), 미디어광장(8740㎡), 용산역광장에서 중앙박물관까지 이어지는 1.4㎞의 공원길 등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디지털대장간의 내부 모습. 55종의 기계 장비를 이용해 각종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서울시는 이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200억원의 마중물을 붓는다. 주거재생과 중심지 재생을 동시에 꾀했다. 용산만의 트렌드 민감성ㆍ혁신성을 살린 창업공간을 조성, 젊은 층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하드웨어 시제품 제작공간 ‘디지털대장간’, 서울 거주 외국인 예비창업자를 위한 ‘글로벌 창업센터’, ‘메이커스페이스’, ‘디지털랩’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5월 문 연 디지털대장간은 UV평판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등 53종의 기계를 갖췄다. 현미경 부품부터 목재 시계나 램프 등 뭐든 재료만 가져오면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대로 만들 수 있다. 20~40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하루 평균 50~70명꼴로 방문한다. 지난 1년간 방문객은 2000명이 넘었다. 조준희 디지털대장간 매니저는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젊은 친구들이 알아서 많이 오는 편으로 ,전자상가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는데 일조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도 다품종소량생산 체제에 기반을 둔 만큼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많아져야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창업센터에선 작년 8월 개소 이래 현재 42개팀 43개국 192명이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입주민 3분의 1이 외국인이다. 국적은 브라질, 불가리아, 멕시코, 러시아, 탄자니아, 스위스, 스웨덴 등 5대륙에 걸쳐 다양하다. 센터는 재무ㆍ회계ㆍ언어 교육, 멘토링을 지원하고, 팀별로 1000만원 안팎으로 시제품 제작ㆍ전시참가ㆍ마케팅 비를 대준다. 지난 1년 새 10팀 가량이 시제품을 내고, 투자를 유치해 독립하는 등 실적도 거두고 있다.

[사진=글로벌창업센터 3층 카페에서 서울 거주 외국인 예비창업자들이 담소하며 교류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원효상가 2~3층에 면적 2200㎡ 규모로 연말께 들어설 예정이다. 디지털 랩은 복합문화교류 공간 거점시설로 원효상가 내에 용산전자상가방송국, 멀티공대 연구실, 정보기술(IT)창의교육센터, 멀티캠퍼스, 옥상정원 등으로 이뤄진다.

기존 상인들 사이에선 시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선인상가에서 15년 이상 컴퓨터 부품조립회사를 운영 한 김모(48)씨는 “서울시가 멀리 내다보고 계속해서 좋은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 스타트업 사람들의 창업 공간으로 용산은 뜻깊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전자정보기술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이런 젊은 친구들이 장인들에게 자극을 주고, 다시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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