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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판사 11일간 단식까지…사법개혁 목소리 커지는 법원
-인천지법 판사, ‘사법행정권 남용' 인적 쇄신 촉구 단식
-내달 11일 3차 전국법관회의… 양 대법원장 압박 나설 듯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현직 판사가 단식을 이어가는 등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임기 만료를 불과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양 대법원장이 재차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소속 오모 판사는 지난 10일부터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1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판사는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결자해지’라는 표현을 쓰며 양 대법원장이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오 판사는 이번 사태 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 5명 중 한 명이다.

오 판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24일 열린 2차 회의에서 법원행정처가 실제로 특정 성향의 판사를 따로 관리해왔는지에 관해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다음 열리는 3차 회의가 열리는 날은 9월 11일로, 양 대법원장 임기만료일인 같은 달 25일 이전으로 잡았다. 사법부 개혁에 관한 제도개선에 관해서는 차기 대법원장을 상대하겠지만,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책임은 양 대법원장을 상대로 짚고 넘어가겠다는 취지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6월28일 일선 판사들의 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는 받아들였지만, 추가 의혹 조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정 성향의 판사를 관리했다는 명단이 실제 존재하는지 실무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는 “일부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일축했다.

이러한 양 대법원장의 입장에는 판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지법의 최한돈(52·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추가조사 거부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대법원은 아직 최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차성안(40·35기) 판사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온라인 청원글을 올려 1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차 판사는 청원글에서 “지난 3월 법원 행정처에 의하여 블랙리스트 류의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작성된 정황이 우연히 발견됐다”며 “결국 사법부가 블랙리스트 논란을 묻어두고 간다면 내가 판사의 직을 내려놓을지를 고민하겠다”고 적었다.

지난 3월 법원 내 ‘국제인권법학회’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구조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모은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행사에 앞서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이 학회에 중복가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려 사법개혁 논의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명단을 별도로 관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대법원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실체 규명에 나섰고, 진상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학회의 활동을 방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블랙리스트’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원행정처 실무자들의 컴퓨터를 조사하지 않은 채 근거가 부족한 결론을 내렸다며 추가 조사 요구를 의결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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