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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불거진 ‘카톡 성희롱’…우리끼리 ‘뒷담화’ 처벌될까?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핵심인 공연성, 전파 가능성이 핵심
-대화방 참여자들 신뢰관계 있다면 전파가능성 낮다고 볼 수도

[헤럴드경제=김현일ㆍ이유정 기자] 지난해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른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성희롱’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대학가가 ‘단톡방 성희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현직 기자들도 단톡방에서 동료 여성에 대해 성희롱에 가까운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SNS상에서 오고 간 일종의 ‘뒷담화’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개설한 사적 공간에서 나눈 개인적인 대화까지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단톡방 성희롱’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인정해 처벌하고 있다. 다만 해당 대화가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 즉 공연성이 인정돼야 한다.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돼 수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면 공연성이 성립한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행위자가 해당 대화내용이 전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 지 여부도 함께 판단 요소가 된다.

박모 씨는 2013년 커뮤니티 모임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던 남성 4명과 단톡방을 개설했다. 박 씨는 그 대화방에서 같은 커뮤니티에 소속된 특정 여성 회원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는 “4명의 소수만을 상대로 대화를 한 것이고, 대화 내용을 서로 비밀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전파될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서로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을 것이라고 볼만한 신분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대화방에서 ‘단톡에서 떠든 거 밖에서 새간 것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법원은 “서로 좋은 관계를 맺자는 취지에 불과해 대화의 비밀을 유지하자고 약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법원은 박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평소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나눈 대화라면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고려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의 경우 대화 참여자들이 서로 친분은 있었지만 그 중 한 명이 대화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을 만큼 신뢰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유죄가 선고된 사례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대화 내용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그 경위에 따라서도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이 곁눈질로 대화 내용을 보고 유출된 경우라면 공연성 인정이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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