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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립밤’에 ‘방청석 쟁탈전’까지…세기의 재판 이모저모
-53차례 공판, 59명 증인 152일 ‘마라톤 재판’
-자정 넘겨 팽팽한 공방전 잦아…정유라 ‘깜짝 출석’도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지난 152일 간 숨 가쁘게 달려 온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마무리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 ‘마라톤 재판’의 마지막 바통을 재판부로 넘겼다. 지난 3월 9일 시작된 이 부회장 재판은 총 3회의 준비기일과 53차례의 공판기일을 갖고, 3만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 검토와 59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술이 탄다…‘이재용 립밤’=이른바 ‘이재용 립밤’은 재판 첫날부터 눈길을 끌었다. 특검이 공소사실을 읽어 내려가자 이 부회장은 입술이 마른 듯 주머니에서 흰색 스틱형 립밤을 꺼내 꼼꼼히 챙겨 발랐다. 법정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손으론 입을 가린 채였다. 막바지에 접어든 재판에도 이 부회장의 ‘립밤 사랑’은 여전했다. 특검의 결심공판 최종진술을 듣던 이 부회장은 초조한 지 수시로 립밤을 발랐다.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휴지로 입가를 닦다가도 다시 립밤을 찾았다.

▶자정 넘어선 공판 강행군=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재판은 한마디로 체력전이었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 5월 31일 재판은 시작 16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2시께 끝났다. 국정농단 재판 가운데 최장 기록이자, 서울중앙지법 역대 최장 재판인 2007년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의 18시간에 근접한 수치다. 주 3~4회, 1회 평균 9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심리가 이어졌고 지난달 31일부터는 피고인 신문이 나흘 연속 진행되기도 했다.

▶찜통더위 속 방청석 쟁탈전=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된 지난 5월 하순께부터 이 부회장 재판은 기존 417호 대법정 대신 방청석 40석 규모의 소법정으로 밀려났다. 이후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며 지난 두 달 간 재판은 더위와의 사투를 벌였다. 자리표를 얻기 위한 줄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고 좁은 법정은 다수의 삼성 임직원들과 취재진, 시민들로 북적였다. 냉방 기구가 전혀 없는 법정에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연신 흐르는 땀을 훔치거나 손부채질을 했다. 간혹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일찍 끝나는 날에는 에어컨이 틀어진 대법정으로 대거 이동해 열기를 식혔다.

▶‘깜짝 출석’ 정유라에 삼성 ‘진땀’=지난달 17일에는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돌연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주장과 배치되는 거침없는 증언을 쏟아냈다. 재판부도 시작 30분 전까지 정 씨의 출석을 알지 못했다. 불출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증인석에 앉은 그는 “삼성이 말 세탁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며 삼성 측을 당혹시켰다. 특검은 정씨의 증언이 최 씨 측과 삼성의 대가성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한다고 본 반면 삼성 측은 전문증언에 불과해 증거 가치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끝내 실패한 朴 증인출석=60번째 증인이 될 뻔 했던 박 전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도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세 차례에 걸친 독대 당사자로서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공범으로 엮였지만, 건강상의 문제와 자신의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던 본인 재판 당일에는 갑작스런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재판에 빠졌다. 결국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대면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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