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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창단은 지옥, 강제수용소였다”
獨 레겐스부르크 소년합창단
수십년간 가톨릭 성직자들이
단원 500여명 성적·육체적 학대

“감옥, 지옥, 강제수용소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가톨릭교회 소년합창단에 몸담았던 이들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성당 돔슈파첸 소년합창단(Regensburger Domspatzen, ‘대성당의 참새들’)에서 수십 년에 걸쳐 500명이 넘는 소년들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리히 베버 변호사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소년합창단 학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레겐스부르크 소년합창단에서 지난 194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최소 547명의 소년들이 성적·육체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 BBC 등 외신이 전했다.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포함된 피해자 중 67명은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500명은 다른 육체적 학대를 받았다고 베버 변호사는 밝혔다. 일부 피해자는 성적·육체적 학대를 모두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소년합창단에서의 경험을 “공포, 폭력, 절망으로 점철된 생애 최악의 시기”라고 묘사했다.

베버 변호사는 “합창단 졸업생 중 직접 만나거나 이야기하지 못한 사람도 다수”라며 “실제 피해자는 7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원들을 학대한 가해자는 성직자 49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9명은 성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버 변호사는 “가해자들의 신원이 확인됐지만 범죄의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침묵의 문화” 아래서 이같은 학대가 이뤄졌다며, 1964년부터 30년간 합창단을 이끈 게오르그 라칭거 신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형인 라칭거 신부는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재임 당시 이 문제가 논의된 적이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독일 전역의 가톨릭 학교 졸업생들이 수십 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독일 주교회의는 관련 조사에 착수했으며, 베버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중간 발표에서 1953~1992년 231명의 어린이 단원들이 학대를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최종 발표의 피해자 수는 중간 발표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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