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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장마철 도로서 날아오는 물벼락, 단속 힘든 까닭은?
- 물튀김 방지 법규 있지만 단속은 미미
- 예산 부족으로 보수 공사 지연
- 비와도 과속하는 운전자도 문제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1. 직장인 김수훈(34) 씨는 지난 10일 출근길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 집 앞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승용차 한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서 길가의 물 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며 김씨의 바지에 흙탕물을 튀긴 것. 온몸에 뒤집어 쓸 정도로 많은 물이 튀긴 것은 아니지만 주말 동안 정성스레 세탁해 다린 정장바지에 구정물이 튀어 지저분해졌다. 김씨는 “장마철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물 웅덩이가 있는지 살펴야 하는 것이냐”며 한숨을 쉬었다.

#2. 직장인 이진웅(34) 씨는 지난 9일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왼쪽 차선에서 달리는 SUV가 과속을 하면서 바닥의 물을 크게 튀긴 것. 물이 이 씨 운전석 쪽 유리창에 쏟아지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씨는 “가까운 거리에 차량이 없일 망정이지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걸 잠깐 사이에 못 보기라도 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마철이면 생겨나는 물 웅덩이 때문에 운전자와 인도를 지나는 보행자들 간에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집중호우라도 오면 평소와 같은 속도로 차가 물 웅덩이 위를 지나가도 물세례가 파도처럼 쏟아지면서 보행자들을 덮치기 일쑤다. 도로교통법 상 규제 조항이 있지만 단속의 실효성과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 49조 1항의 1은 모든 운전자에 대해 “물이 고인 곳을 운행할 때에는 고인 물을 튀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승용차와 승합차의 경우 2만원, 이륜차의 경우 1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마철이면 지나가는 차량이 물웅덩이를 밟으면서 튀는 물에 보행자들이 낭패를 본다. 관련 법규는 있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도로 보수공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년 시민들의 불편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같은 행위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3년간 관련 규정을 어겨 적발된 경우는 ▷2014년 47건 ▷2015년 39건 ▷2016년 57건으로 한해 평균 50건이 채 안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이 일일이 차량을 멈춰 세워 단속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관련 규정은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환기 시키는 훈시규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속의 현실적 어려움에 더해 열악한 도로 사정도 문제다. 이처럼 비가 내린 후 기온이 올라가면서 아스팔트가 떨어져 나가 도로 곳곳이 패이는 것을 포트홀이라고 부른다. 포트홀은 물 웅덩이를 만들 뿐 아니라 자동차의 균형과 접지력을 약화시켜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시의회 김태수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딸면 2012~2015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포트홀은 30만8033건에 달했다. 도로관리주체인 지자체가 도로보수공사를 통해 복구해야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매년 필요한 1000억원의 관련 예산 중 실제 책정되는 예산은 630억원에 불과해 제대로 된 보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과속을 일삼는 운전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자동차라 빠른 속도로 달릴수록 물 웅덩이에서 튀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들에게 입히는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과속을 하다가 포트홀에 빠져 사고가 나더라도 운전자는 도로관리주체인 지자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도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부장판사 예지희)는 이모 씨가 “포트홀에 차량이 빠져 파손됐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 바로 앞에 횡단 보도가 설치돼 있어 감속해야 했는데 원고가 과도하게 꺾어 들어가며 과속해 사고를 야기했다”며 “사고는 원고의 안전운전 의무 위반 탓이지 도로의 하자 때문이 아니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비가 올 때에는 평소보다 20~50% 감속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는 운전자들은 거의 없다”며 “철저한 운전자 교육을 통해 인식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우천 시 과속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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