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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임시 폐쇄라도 되면”…결핵감염 불안 M병원 떠나는 임신부들
-신생아실 간호사 결핵 판정에 ‘불안’ 확산
-질병관리본부, 병원 임시 폐쇄 조치 검토
-잠복결핵 걸린 영아 93명 달해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이번주 토요일에 21주 정밀초음파 받으러 가는데 장기적으로 신생아실 청결도 걱정 되고, 혹여나 병원이 임시 폐쇄라도 되면 어디로 갈지 고민이에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M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임산부 A(29ㆍ여) 씨는 지난 11일 병원을 옮길 것에 대비해 진료기록 등 관련 서류를 발급 받았다.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M병원 앞에서 신생아실 결핵 감염 피해자 부모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여성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 씨는 “온 병원이 결핵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일단 서류를 챙겨놓고 병원을 바꿀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신 초기에 M병원을 방문해 질 초음파ㆍ배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는 임신부 B(32ㆍ여) 씨는 “임신부도 결핵에 감염될 수 있는지 모르는 건데, 뱃속 태아는 괜찮은지 걱정된다”며 “괜히 찝찝해서 노원구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M병원 신생아실에서 근무한 간호사(34)가 지난달 27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이 간호사의 근무 기간인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신생아실을 이용한 신생아ㆍ영아 800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여왔다.

이에 따라 신생아실 피해자 부모 뿐 아니라 병원을 왕래하는 임신부 사이에서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임신부들이 결핵균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와중에 ‘간담회에서 병원 임시 폐쇄 조치 얘기가 나왔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일부 임신부들은 병원을 옮기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M병원 신생아실 결핵감염사태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필요하다면 병원 임시 폐쇄조치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결핵 피해자, M병원 병원장,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20명이 참석했다.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M병원 앞에서 신생아실 결핵 감염 피해자 부모들이 보건당국의 대책마련과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대화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결핵 피해자 측에서 “간호사가 결핵균을 보유한 상태에서 일했기 때문에 균이 잔재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병원을 임시 폐쇄 한 후에 사후 조치를 하고 다시 정상영업을 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항의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병원 임시 폐쇄조치를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M병원결핵피해자모임’ 관계자는 간담회 내용에 대해 “병원 임시 폐쇄 조치는 간담회 기본 요구 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이날 참석했던 피해자 부모 몇 분이 언급한 것”이라며 “한 아이의 부모로서 병원이 잘못한 부분이 있어 피해를 입은 것인데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게 마음 아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에서 영업장 임시 폐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처벌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결핵조사과는 결핵역학조사가 주 업무지만 피해자 측에서 요청이 있었던 만큼 보건복지부에 자문을 구할 것”이라며 “결핵으로 병원 폐쇄조치를 한 전례가 없지만 관련 법 조항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M병원 신생아실 결핵감염사태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신생아 영아 800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질병관리본부는 결핵검사의 판독 결과가 나온 712명은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잠복결핵 검사에서는 681명 중 결과가 나온 563명의 16.5%인 93명이 양성으로 판명됐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다. 전염성은 없으나 면역력 등이 떨어질 경우 결핵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주까지 1차 결핵 역학조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다음주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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