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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깜짝 증언’ 어머니 崔씨 입 열 열쇠되나
-타인에게 들은 내용 전달 ‘전문 진술’로 새 증언 쏟아내
-직접 증거 채택 안되지만, 崔 입 열게할 정황증거될 수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했던 정유라(21) 씨가 12일 돌연 입장을 바꿔 법정에 출석했다. 정 씨는 이날 이 부회장은 물론 어머니 최순실(61) 씨 입장과도 배치되는 증언을 쏟아냈다. 정 씨의 증언이 향후 이 부회장과 최 씨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2015년 8월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승마선수 6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최 씨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와 213억 원 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수십억 원 대 명마(名馬)를 사주는 등 지난해 2월까지 78억여 원을 실제 지원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이 사실상 정 씨 1인을 위한 특혜 지원을 했다고 봤지만, 이 부회장과 최 씨는 정당한 지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는 이날 법정에서 “삼성의 지원을 받아 독일에 전지훈련을 온 승마선수는 저 말고 아무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어머니에게 ‘왜 삼성이 나만 지원하느냐’고 묻자 ‘그냥 조용히 해. 왜 자꾸 물어보냐’며 화를 냈다”고도 했다. 정 씨는 “엄마에게 삼성이 준 말 ‘살시도’를 사면 안되느냐고 물었는데 ‘네 것처럼 타면돼.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삼성이 정 씨를 단독 특혜 지원했다는 특검 측 주장과 맞닿는 진술이다.

정 씨는 이날 삼성이 지원 사실을 숨기기 위해 기존에 사줬던 말 3마리를 다른 말들로 교체하는 이른바 ‘말세탁’ 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진술도 내놨다. 그는 “지난해 9월 엄마에게 ‘삼성이 말을 바꾸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실제 말을 바꾸게 됐다”며 “삼성이 어떻게 (말교환 과정을) 모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어 “말 교환 전날 엄마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났다고 (코어스포츠 대표인)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 들었다”고 했다.

정 씨의 진술은 최 씨나 이 부회장이 그동안 재판에서 주장했던 내용과는 배치된다. 최 씨는 지난 3월 열린 뇌물 혐의 첫 재판부터 “삼성의 지원은 우수 선수 육성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증인 출석해서도 “삼성같은 큰 회사가 어떻게 딸 혼자 만을 위해 지원한다는 거냐”고 했다.

이 부회장 측도 첫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올림픽 승마 지원을 요청해 지원을 시작했고 최 씨가 도중에 불이익을 줄까 염려해 정 씨를 지원대상에 포함한 것”이라며 “정 씨만 지원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말 교환 계약은 삼성전자와 무관하다”며 최 씨가 단독으로 벌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 씨는 주로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을 전달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처럼 제3자에게 들은 내용을 전하는 ‘전문진술’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 씨의 증언은 삼성이 승마 특혜 지원을 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말세탁’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직접증거로 쓰이기는 어렵다. 이같은 공소사실을 추정케 할 정황증거만 될 수 있을 뿐이다. 정 씨에게 이야기를 한 최 씨나 코어스포츠 대표가 직접 법정에서 진술한다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정 씨의 진술이 의미없는 건 아니다. 정 씨의 진술은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최 씨의 입을 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 씨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선다면 정 씨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질문 공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최 씨가 “삼성에게 단독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딸 정 씨는 위증혐의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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