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내일은 초복 ①]“반려견” vs “식용견”…복날마다 반복되는 ‘개고기 논란’
-“불법 아닌데 눈치”…점심시간 보신탕집 북적
-개 식용 ‘찬반’ 팽팽…양측 도심서 집회 ‘맞불’
-“유통 등 제도적 해결없이 감정 소모” 불만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5년차 직장인 장모(36) 씨는 지난 10일 초복을 앞두고 서울 종로의 한 ‘보신탕’ 가게를 찾았다. 직장 동료와 함께 ‘개고기’를 먹으러 온 장 씨는 매년 복날이면 보신탕 가게를 찾지만, 주위 동료에게는 비밀로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개고기 얘기를 사무실에서 꺼냈다가 다른 직원과 말다툼까지 벌였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개고기를 먹는 행위가 불법도 아닌데,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몰아간다”며 “오히려 반발심에 1년에 한 차례는 꼭 개고기를 먹으려 한다”고 답했다. 이날 장 씨와 함께 보신탕 가게를 찾은 신모(35) 씨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욕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말 꺼내면 논쟁이 되니까 주위에 말은 하지 않지만, 보신탕을 끊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매년 복날을 전후로 개고기 문화를 반대하는 동물단체와 정상적인 축산활동으로 인정해 달라는 농장주들의 싸움이 반복된다. 매년 반복되는 광경이지만, 정작 뾰족한 대응책은 없어 서로 감정만 상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양측은 지난 6일 서울 도심에서 각각 집회를 연 데 이어 추가 집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복날을 전후로 개고기 문화를 반대하는 동물단체와 정상적인 축산활동으로 인정해 달라는 농장주들의 갈등은 반복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서로 감정만 상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식당에는 개고기를 먹고자 회식을 온 직장인들도 많았다. 개고기 외에도 다른 보양식을 함께 판매해 다양한 연령층이 회식을 할 수 있었다. 중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일행 중에는 개고기를 먹는 20~30대도 상당수 있었다. 한 20대 직장인은 “보신 문화는 개인의 선택에 맡길 사항이라 한쪽의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중장년층의 악습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도살과 유통 과정만 투명하다면 개고기를 굳이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박종구(51) 씨는 “개고기를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나 개고기 합법화 문제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깨끗하게 유통된 개고기를 먹고 싶은데, 감정적 반대만 하게 된다면 개고기 유통은 더 음성화될 수 밖에 없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사진=매년 복날을 전후로 개고기 문화를 반대하는 동물단체와 정상적인 축산활동으로 인정해 달라는 농장주들의 싸움이 반복된다. 매년 반복되는 광경이지만, 정작 뾰족한 대응책은 없어 서로 감정만 상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양측은 지난 6일 서울 도심에서 각각 집회를 연 데 이어 추가 집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개고기를 판매하는 식당 주인도 “지난 주말에도 몇 사람이 찾아와 개고기 식용을 그만두라는 전단지를 전해주고 갔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찾아와 영업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아 불쾌했다”고 전했다. 그는 “반대 측에서는 개들의 고통을 강조하는데, 그건 유통 과정을 제도화하면 될 일”이라며 “차라리 정부에서 명확하게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개 식용에 반대해 개고기를 끊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박지수(39) 씨는 “개고기를 먹는 쪽 입장도 이해하기 때문에 같이 왔지만, 개고기 대신 삼계탕을 먹기로 했다”며 “몇 년 전까지는 개고기를 먹었지만, 고통받는 식용 개의 모습을 본 뒤로는 개고기 반대 측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갈등은 올여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서울광장과 보신각에서 각각 개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와, 제도화를 요구하는 대한육견협회의 집회가 열렸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개 식용 반대 법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추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개고기 반대를 위한 추가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서울 도심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