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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정치권“도둑에게 공조제안…역대급 멍청이”맹비난
러시아 대선 해킹 대립각은 커녕
포용의지 밝히자 정치권 ‘발칵’

트럼프 주니어 러 인사 회동설로
스캔들 논란 재점화 가능성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 양자회담에서 ‘사이버보안대’(Cyber Security unit) 창설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 대선 기간 러시아 해킹에 대한 ‘추궁’ 대신 ‘공조’를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당인 공화당도 “‘역대급’ 멍청한 생각”이라고 맹비난했다.

9일(현지시간) CNN 방송,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G20에서 돌아온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대통령과 사이버보안대 창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러시아와 건설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밝힌 뒤 “푸틴과 나는 절대 뚫을 수 없는 사이버보안대를 조직해 선거 해킹을 비롯한 다른 많은 나쁜 일로부터 보호되고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첫 만남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러시아의 대선 해킹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러시아를 포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지난해 러시아의 해킹 사건을 넘어서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에 공조 제안을 한 뒤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서로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 의원들은 물론 미국과 동맹국들의 정보 요원들이 모두 눈을 치켜뜨고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6개월간 ‘러시아 스캔들’로 뒤숭숭했던 워싱턴 정가는 여야를 막론하고 트럼프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의 사이버보안대 창설 제안에 대해 “내가 그동안 들어본 것 중에 가장 멍청한 생각에 가깝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푸틴에 대해 ‘맹점(blind spot)’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트럼프는 자신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처벌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은 그의 대통령직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사이버보안대 창설을 푸틴과 함께 한다는 것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화학무기를 놓고 공조하는 것과 같다”고 맹비난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 위원장도 CBS에 “푸틴이 (미국 대선개입) 해킹을 한 만큼 해킹 방지 노력에 있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의원은 “러시아는 사이버보안대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파트너가 아니다”면서 “이 나라에 매우 위험한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만약 그것이 우리의 선거 시스템 방어를 위한 최선책이라면 우리는 차라리 우리의 투표함을 모스크바에 메일로 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애쉬 카터 전 국방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공조하는 것은 마치 당신의 집을 도둑질한 강도에게 절도 관련 공조를 제안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푸틴과 회담에서 러시아에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친 미 대선 개입에 대해 강하게 추궁했는지에도 의심이 쏟아졌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를 두 차례 강력히 ‘압박’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 브레넌 전 CIA 국장은 NBC에“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 러시아 대선 해킹 사건에 대해 강하게 푸시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해킹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대통령을 엄호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CNN에 “미국과 러시아는 함께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사이버 협력이 우리가 그들을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고 앞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러시아 측 인사와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러시아 스캔들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 측 변호사를 별도로 만났다고 보도했다. 회동 시점은 지난해 6월 9일로 러시아 당국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가 맨해튼 트럼프타워를 방문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커넥션 의혹’과 관련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자리에선 “러시아 측이 민주당 힐러리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약속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고 매체는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당시 만남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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