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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너 욕했지?” 게임하다 모욕죄 신고 일쑤…경찰 피로도 급증
-지난해 1만5000여건 접수…6년새 3배 급증
-일부 경찰, 내부 지침 따라 사건 처리하기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대학생 김모(21) 씨는 얼마전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심한 욕설을 들었다. 단체전으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김 씨가 상대팀의 공격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자 같은 팀의 회원이 그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김 씨는 해당 화면을 캡처해 욕설을 한 팀원을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했다. 김 씨는 “아는 친구가 게임을 하다 모욕죄로 팀원을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어 고소하게 됐다”며 “작은 벌금형이어도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싸움이 모욕죄나 사이버 명예훼손 고발로 이어지면서 일선 경찰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접수된 건수가 1만5000여건에 달했다. 5700여건에 불과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약 3배 급증한 것이다.

일선 현장의 경찰들은 사건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사소하게 벌어지는 경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업무 과부하를 하소연한다. 일부 경찰서에는 아예 수사 내부 지침을 만들어서 수사하기도 한다. 특정 목적이나 대상을 두고 상습적으로 심한 욕설을 했을 경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는 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수사팀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인데 게임 등 온라인상에서 사소하게 욕하거나 싸운 일을 처리해야 하면 힘이 빠진다”며 “특히 한명이 다수를 고소하는 경우도 많아 다른 일을 못 볼 지경”이라고말했다. 이어 “업무가 과중되다 보니 내부 지침에 따라 사건 처리를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도 모욕죄나 사이버 명예훼손과 관련된 사건을 내부 지침에 따라 처리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엔 모욕죄나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연예인에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흔해진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해당 혐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면서 “인터넷 신고로 고소 건수가 많아지면서 일선 경찰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이버 경찰의 법률적 경험치나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경찰 입장에서는 모욕죄나 사이버 명예훼손과 관련해 내부 지침이 있는게 낫다”고 덧붙였다.

모욕죄와 사이버 명예훼손과 관련해 경찰의 업무가 늘어나면서 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이 즉결심판을 적극 활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미한 범죄로 전과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 벌금ㆍ과료나 30일 미만 구류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이 청구해서 진행하는 약식재판을 뜻한다. 전과기록이 남지 않고 정식 형사소송보다 절차도 간소하다는 것이 이점이다.

사이버범죄에서 즉결심판이 활용되는 비율이 비교적 낮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형사범 가운데 즉결심판이 청구되는 비율은 5%인 반면 사이버범죄 사범은 0.34%에 불과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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