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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CNN 기자 목 조르는 영상 파문…‘도 넘은’ 언론 때리기
-CNN 기자 때려눕히는 영상, SNS서 산불처럼 번져
-CNN “대통령이 기자에 대한 폭력 부추긴 슬픈 날”
-여야 막론 트럼프 트윗 비난 “불신의 무기화”
-트럼프·백악관 “문제 될 것 없어”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언론을 향한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얼마 전 미 방송사 남녀 진행자에게 “미친” “사이코” 등의 욕설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에는 자신이 프로레슬러로 분해 CNN 기자를 때려눕히는 폭행 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까지 대통령의 ‘격(格)’을 문제 삼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트위터 계정에 프로레슬링(WWE) 경기장 바깥에서 CNN 로고가 얼굴에 합성된 남성을 자신이 때려눕히는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CNN 로고 남성의 목을 조르고 바닥에 쓰러뜨려 그의 얼굴을 팔꿈치와 주먹으로 사정없이 두드려팼다. 28초 분량의 영상으로 같은 장면이 3차례 반복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논란의 영상. [출처:유튜브][https://youtu.be/hHvLtn2BhOk]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과 함께 ‘CNN은 가짜뉴스’라는 의미인 해시태그 ‘#FraudNewsCNN’, ‘#FNN’ 등을 덧붙였다. ‘FNN’은 CNN을 조롱하는 단어로, CNN의 ‘C’대신 가짜라는 뜻의 (FAKE, FRAUD 앞 글자인) ‘F’를 합성했다.

그의 트윗은 산불처럼 삽시간에 번졌다. 트위터에 영상이 올라온 뒤 7시간도 안돼 22만여 명의 팔로워가 해당 영상을 리트윗했고 댓글만 11만여 건 넘게 달렸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당신은 미국의 대통령이냐 아니면 12살 어린애냐”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앞서 논란이 됐던 피를 철철 흘리는 트럼프 참수 이미지를 댓글에 첨부했다. 반면 “CNN을 향한 불신의 결과다. 그들이 대중을 속일 때 사람들은 CNN에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에 동의한다. 소위 주류 언론들은 사실(팩트)을 보도하지 않는다!” 등 트럼프를 옹호하는 글도 있었다.

미 언론들은 마치 폭행 영상 트윗을 통해 트럼프가 지지 기반을 모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일부 지지자들은 “CNN은 가짜뉴스”라는 트윗을 올리고, 트럼프 트윗 영상보다 더 폭력적인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했다.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기자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 위협”이라며 “누구도 그들의 일을 하는 것으로 인해 물리적인 해(害)를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CNN 방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미 대통령이 기자(언론)에 대한 폭력을 부추긴 슬픈 날”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케어 법안 처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회담, 북핵 문제 등을 고민하는 대신 대통령의 존엄과는 동떨어진 어린애 같은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CNN을 들어 내던지고 CNN이 어린애 같은 짓이라고 받아치며 화염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미국의 대통령은 호수 중앙의 생물과 같아서 그의 모든 움직임이 호수 전체에 물결을 만들고 주위를 뒤흔들고 만다”며 “이젠 트럼프의 트윗을 무시할 때”라고 논평했다.

정치권도 이번 영상이 도를 넘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격이 실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 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폭행 영상이 “불신(不信)을 무기화하는 것(weaponizing distrust)”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형편없는 보도에 대해 시민이 논쟁하고 불평할 권리와 불신을 무기화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그의 조악함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언론을 괴롭히는 폭력과 폭력적 이미지는 거부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톰 카퍼 상원의원도 “지도자들은 다른 사람을 밀어내면서 스스로를 세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폭력을 조장하지 않았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톰 보설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아무도 그 트윗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와 참모진은 트럼프의 언론을 대하는 (비판적) 태도가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보여준 지지라며, 트위터가 왜곡 없이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나의 트윗 사용은 내가 그냥 대통령이 아니라 신식 대통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참전용사 행사 연설에서도 “가짜뉴스가 우리의 백악관 행을 막으려 했지만 나는 대통령이 됐고 그들은 안됐다”며 “사실 언론이 스스로 너무 멀리 갔기 때문에 파괴됐다. 가짜언론은 미묘하고 영리한 방식 대신 도끼를 사용했고 사람들은 그걸 처음부터 봐왔다”고 언론을 맹비난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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