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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내 양극화②]“출산휴가 썼더니…男동기보다 연봉 수백만원 적네요”
-세계적 경영자문社, “연봉 평가 주관적…업무 동기 상실”
-인담자 45%, “낮은 인사고과 등 육아ㆍ출산휴직 불이익”
-국책 연구기관 “기본급 차등 대신 당해 성과급 적용해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직장인 B 씨는 불과 3~4년만에 동기와의 연봉 격차가 500만원 가까이 벌어진 사실을 최근 알게된 후 자괴감이 들었다. B 씨는 자신의 연봉이 동기들과 큰 격차를 보이게 된 것은 담당 팀장에게 자신이 밉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년전 출산으로 인해 석달간 주어진 출산휴가를 사용한 뒤 곧장 1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B 씨에게 팀장이 최저 고과 바로 위인 E등급을 2년 내내 준 결과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 B 씨의 설명이다. B 씨는 “담당 팀장이 직접적으로 복직을 종용하진 않았지만 휴직기간 내내 한 달에 한 번 꼴로 전화해 ‘오래 안 보니 잊어버리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는데, 이런 결과가 인사고과로 이어진 듯 하다”며 “한 번 받은 인사고과 결과가 누적돼 이후 연봉에도 영향을 미치다보니 이런 경우가 발생한 듯 하다”며 하소연했다.

#2. 8년차 직장인 A 씨는 최근 술기운에 절친한 동기와 서로의 연봉을 공개했다 민망한 경험을 했다. 본사에서 업무지원 관련 역할을 주로 했던 자신의 연봉이 주로 외근직을 맡아온 동기의 연봉에 비해 수백만원이나 낮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이어진 야근을 감수하면서도 불평불만 한 번 없이 일을 해온 A 씨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함께 있던 동기도 미안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A 씨는 “내근직에 비해 외근직을 더 우대하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만큼 업무 강도가 차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게티이미지]

직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도입한 연봉제가 ‘사내정치’에 영향을 받거나 출산을 위해 불가피하게 휴직을 낸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고착화되는 등 합리적이지 못한 적용 기준으로 인해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성과평가에 따른 연봉제의 문제점에 대해선 세계 유명 경영자문회사 등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경영자문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가 발행하는 계간 ‘맥킨지 쿼털리’ 5월호에 실린 ‘성과관리제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상대평가제를 폐기하고 협력을 장려하도록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유수 기업의 사례를 들며 “성과관리 상대평가제가 평가에 시간만 잡아먹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동기를 잃게 하고 궁극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에 평가하는 관리자나 평가받는 직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많은 기업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 국내 유명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매뉴얼에 따라 성과를 평가한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내정치의 결과인 친소관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경우가 많아 평가제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처럼 평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 입사 동기간에도 연봉차가 1000~2000만원씩 벌어지니 직원들의 사기와 능률이 저하되고 협력적인 조직문화가 파괴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산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경우엔 연봉제 체제 하에서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구직포털 사람인이 기업인사담당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6%가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사용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응답했다. 불이익의 방법으로는 ‘퇴사 권유(44.7%,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지만, ‘연봉 동결이나 삭감(28.5%)’, ‘낮은 인사고과(25.1%)’, ‘승진 누락(22.9%)’ 등 제도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기본급을 보장하는 방식의 임금체계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지원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 정도의 내부적 긴장감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조직단위 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노동자 평가결과에 따라서 성과급을 차등할 필요도 있다”며 “누적되는 기본급 차등보다는 한 해에만 영향을 주는 성과급이 조직의 안정적 운영, 노동자의 수용성 측면에도 더 낫다”고 밝혔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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