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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 신뢰도 제로”…흔들리는 英 ‘하드 브렉시트’
-“하드 브렉시트 재검토하라” 기업 수장들도 공세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국 정부가 오는 1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가 ‘하드브렉시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보수당 내부는 물론, 재계에서도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민 통제와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이탈에 대한 경고가 새롭게 떠오르는 등, 더 유연한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민 제한을 위해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을 포기하고 EU 분담금도 부담하지 않는 하드 브렉시트를 밀어붙여왔다. 

사진=게티이미지

총선 실패 이후 보수당 관계자와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미 ‘열린(Open) 브렉시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보수당 지지자인 온라인 식품업체 오카도의 회장 스튜어트 로즈는 가디언에 이번 총선 결과가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재승인”이라고 지적하며 강경 기조를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코브라 맥주 창업자인 카란 빌리모리아도 “메이 총리가 신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영국이 브렉시트 탈퇴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및 경제단체들도 브렉시트 협상 톤을 바꾸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앞서 메이 총리가 “나쁜 거래보다는 아예 협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던 발언을 토대로 ‘노딜(협상 실패)’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쉬 하디 영국산업협회(CBI) 부국장은 “기업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반영해야 할 때”라며 “새 정부를 위해선 경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장관 역시 과도기적 협상이라는 점에서 더 유연한 브렉시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영국인 대부분이 일자리와 경제 성장 및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거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기업들은 브렉시트 이후 노동력 부족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기업인 커뮤니티니의 구성원 가운데 4분의 1이 EU 이민자의 영국 입국을 제한할 경우 저임금이 30%까지 올라 고용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은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CIPD)와 경제사회연구소가 오는 월요일에 발표할 경제전망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1000곳 이상을 조사한 결과, 저임금 업종 3분의 1 이상(35%)이 자국에서만 필요 인력을 채울 수 없어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EU 이민자를 고용하려 했던 기업의 91%는 더 엄격해질 제도에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10대 기업들은 브렉시트 발표 후 이미 고용 인력이 줄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피터 치즈 CIPD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이주 제한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신호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의 불안정한 입지도 브렉시트 협상을 기조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더하는 부분이다. 총선에서 보수당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 13일 런던 그렌펠 타워에선 화재 참사까지 발생했다. 현재까지 58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가운데,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비난하는 여론이 크다. 게다가 메이 총리는 화재 현장을 찾았다가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고 돌아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주말 사이 분노한 시민 수백명이 메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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