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 대우건설 철거용역, 포스코건설 경비원 습격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 갈등
대우측, 30여명 중장비동원 기습
포스코 일단 퇴각...반격 준비중
일대 아수라장, 경찰 100여명 출동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18일 새벽 5시 무렵,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 아파트에서는 한바탕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재건축 시공사로 새롭게 선정된 대우건설의 하청 철거업체 직원 30여명이 사전예고도 없이 굴삭기 등 철거장비를 동원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단지 안에는 기존에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계약이 해지된 포스코건설 측 경비원들이 있었다. 철거업체 직원들은 수적으로 열세였던 경비원들을 몰아내고 단지 안으로 들어가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재건축 수주 과열로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건설사와 건설사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양측은 실력대결을 준비중이어서 향후 충돌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문제의 시작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당초 시공사로 선정했던 포스코 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3월 대우건설을 신규사업자로 선정했다. 과천주공1단지는 이미 주민들의 이주를 완료하고 공사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시공사가 바뀐 것이다.

지난해 8월 단지 내에 가설사무소를 차리고 공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포스코건설은 이에 단지 출입을 통제하고 점거에 들어갔다. 경비원들을 상주시켰고, 직원 10여명도 단지 내 사무소로 상시 출퇴근했다. 조합이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으니, 기존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논리였다.

새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 측은 포스코건설의 점거로 인해 사업 진행이 늦어졌다며 18일 강제 진입작전을 벌였다. 새벽에 벌어진 전격 작전에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경찰 100여명도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청 철거업체가 7월말까지 철거를 완료해주기로 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진입한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하청업체에 강제 진입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토지 소유권은 조합에 있기 때문에 포스코건설이 무단점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입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포스코건설 측은 대우건설과 조합 측이 배후에서 협의하고 일을 벌였으면서도 철거업체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새벽에 몰래 침입해 물리력까지 동원해 경비원들을 몰아낸 것은 구태 행위다”라며 “이번 일에 대해서는 형사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특히 조합을 상대로 계약해지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소송을 통해 시공사로서의 지위를 되찾고, 여의치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조합 측은 계약해지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이 정당한 이유없이 공사를 지연했고, 사업비를 600억원 가량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허재관 조합 총무이사는 “포스코건설은 관리처분 회의를 비롯한 사업 진행 회의에 여러 차례 불참했고, 구체적 내역도 알려주지 않은 채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다”며 “공사 지연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가 막심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우수(빗물) 관로 공사 등 조합이 사전에 이행해야 할 작업을 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된 것”이라며 “포스코건설이 일부러 공사를 지연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조합 측이 자재 등을 고급화해 줄 것을 요구해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부분을 설명했던 것”이라며 “선택가능하다고 설명해준 것이지 강요 사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이 진행되면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은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건설이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취할 경우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