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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법불아귀
‘법불아귀(法不阿貴ㆍ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2015년 12월 김수남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지켜야 할 절대가치”라고 강조하며 이 말을 썼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전 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15일 중도퇴진했다.

대구 청구고 출신에, 영남대 총장인 부친을 둔 그는 일찌감치 정통 대구 경북(TK) 인사로 분류됐지만, 정권을 타지 않고 꾸준히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법무부 검찰과에서 일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선 대검 컴퓨터수사과장, 대검 중수부 3과장을 역임했다. 부친인 고(故) 김기택 씨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후 김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에 발탁됐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MB맨’으로 분류되던 김 총장은 더 이상 중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 김 총장이 반전의 기회를 잡은 건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다. 그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시 중앙무대로 복귀했다. 김 총장은 이 사건에서 보통 차장검사가 챙기는 수사결과 발표를 직접 챙기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차장을 거쳐 2015년 12월 검찰총장에 올랐다.

김 총장은 검찰의 체질 개선에 관심이 많았다. 취임 초기 핵심 추진 과제 70여개를 선정해 전국 고검장 4명을 주축으로 하는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검찰 조서 방식을 다양화하거나, 고소·고발 남용으로 수사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문제 등이 다각도로 검토됐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부장검사가 직접 사건 주임을 맡도록 해 구속영장 기각률을 크게 낮췄다. 업무부담이 크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받았다.

15일 이임식을 통해 김 총장이 물러나면 이러한 정책과제들도 고스란히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개혁을 요구하지만, 정작 조직의 수장은 2년의 짧은 임기도 외풍에 치여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 ‘법불아귀’ 검찰은, 검사들을 줄세우고 ‘꼬리표’를 달고 싶어하는 권력자들이 욕심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될 지도 모른다. jy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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