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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스티커 이제 그만…너무 힘듭니다”
지하철 청소직원 호소 안내문
출처 파악 쉽지 않아 단속안돼

“제발 스티커 좀 붙이지 마세요. 너~무 힘듭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을 둘러보니 군데군데 이러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역사 벽면 등에 몰래 붙여대는 스티커를 단속ㆍ처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참다못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안내문을 비웃는 듯 스티커는 역사 곳곳 자리했다. 성인용품 광고부터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문구, 알아볼 수 없는 문장 등 형태도 다양했다. 이날 만난 대학생 김재희(22ㆍ여) 씨는 “최근 유독 많아졌다”며 “일부 스티커에 담긴 문구들은 무척 자극적이라 볼 때마다 불쾌하다”고 했다.

미관을 해치는 지하철역 안 ‘불법 스티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직원들은 매달 ‘불법 스티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비에 돌입하나 넓은 역사를 모두 감시하는 게 불가능해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15일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작년 역사와 전동차 안에서 스티커 등 불법 부착ㆍ광고물을 배포한 혐의로 단속이 이뤄진 건은 모두 1152건이다. 2014년 1014건, 2015년 1140건 등 매년 늘고 있다. 올해에도 1~3월에만 317건을 단속했다.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1ㆍ2호선에서 적발됐다.

이러한 가운데 요즘 직원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은 불법 스티커다. 불법 전단과 달리 출처 파악이 쉽지 않아 아예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일도 많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스티커 대부분은 특정 메시지만 담고 있을 뿐, 연락처가 가짜이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며 “CCTV가 없는 화장실과 물품보관함 내부 등에 교묘히 붙어있는 일이 많아 배포자를 찾는 것도 힘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최근 불법 스티커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작년 10월 말부터 이뤄진 대형 집회들을 지적했다.

집회 참여 시민들이 현장에서 받은 스티커를 역사와 전동차 안에 붙이기 시작한 게 유행으로 번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극성 이익집단 등의 마구잡이식 광고 행태 또한 한몫하는 중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불법 스티커 제거에는 별도 인력 없이 청소 직원들이 직접 투입된다. 스티커 제거제를 뿌린 뒤 특수 칼날을 사용해 떼어내는 식이다.

그러나 일부 스티커는 접착력이 강해 제거하려면 진땀을 흘린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지하철 1~4호선 121곳 역사에는 전체 1029명 청소 직원이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CCTV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할 것”이라며 “적발 시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청소 직원들은 (스티커 제거 작업 외에도) 매 순간 일어나는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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