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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한 행운아의 긍정 메시지…‘유럽의 미래’를 담다
좌·우파 기존체계 부정 신당창당
‘큰 전진’ 내세워 지지자 결집
협박·중상모략 뚫고 승리 쟁취

“마크롱은 프랑스 정치에 지진(earthquake)을 일으켰다”(영국 BBC)

1년 전만 해도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현(現) 프랑스 정부의 일원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오명을 쓴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과 경제산업부 장관을 지낸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그는 지난해 4월 사회당을 탈당하고 중도 성향의 ‘앙 마르슈(En Marche·전진)’를 창당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장관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년 남짓 지난 지금,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크롱은 비주류 신생 정당의 후보로서 주류 정당인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 공화당을 누르고 극우 정당 국민전선도 패배시키며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썼다. BBC는 신예 마크롱이 승리한 이유 5가지를 꼽았다.

▶‘행운아’ 마크롱=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데에는 ‘운’도 일부 작용했다고 BBC는 분석했다. 거대 양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이 몰락하면서 마크롱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대선 레이스 초반,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제1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은 올해 초 ‘세비 횡령’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아내와 두 자녀를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수년간 거액의 세비를 챙겼다는 의혹이 폭로된 후 피용의 지지율은 1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피용이 후보 사퇴를 거부한 것도 마크롱에게 호재였다. 공화당에서 피용 대신 알랭 쥐페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설 경우 마크롱과 마린 르펜을 모두 제치고 승리한다는 여론조사들이 많았다.

집권 사회당의 대선 후보로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이 선출된 것도 천운이었다. 당내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아몽이 후보가 되면서 전통적인 사회당 지지자들의 표가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리한 마크롱=마크롱의 ‘영리한 판단력’도 그를 대통령으로 이끌었다.

마크롱은 사회당에 남아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었지만, 정부에서 몇 년 간 일하면서 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보고 사회당이 대선에서 고전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일어난 정치 운동을 살펴봤다. 2014년 1월 창당된 스페인의 좌익 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린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기존 정당 체계를 부정하며 2009년 창설된 정당 ‘오성운동(Five-Star Movement)’ 등을 보고 프랑스에는 이같이 게임을 바꾸는 정당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로운 정치 운동을 구상한 그는 지난해 4월 사회당과 공화당의 당파 싸움으로 잊힌 중산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앙 마르슈(전진)’를 창당했다.

▶새로운 시도 ‘그랑데 마르슈’=마크롱은 앙 마르슈를 창당한 이후 ‘그랑데 마르슈(Grande Marche, 큰 전진)’ 캠페인을 벌여 앙 마르슈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앙 마르슈의 자원봉사자들은 단지 전단지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유권자 30만명을 찾아가고,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공약과 정책에 반영했다.

“마크롱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캠페인에서 이용했던 풀뿌리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에밀리 슐타이스는 설명했다.

▶긍정의 메시지=마크롱은 자신을 ‘또 하나의 올랑드’라고 지칭하는 비판을 피하면서 새로운 것을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테라노바의 마크 올리비에 파디스는 “프랑스에는 매우 비관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마크롱은 매우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은 젊고 에너지가 넘친다. 프랑스를 위해 무슨 일을 할지 설명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기회를 얻을지를 설명한다”며 “그는 이런 종류의 메시지를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평했다.

▶르펜의 대항마=반(反) EU, 반 이민, 반 체제 등과 같은 르펜의 부정적인 메시지에 맞서 마크롱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 또한 유효했다. 특히 지난 3일 르펜과의 양자 TV토론 이후 마크롱은 지지율을 높이며 승리를 굳혔다. 르펜은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일관한 반면 마크롱은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말솜씨로 르펜을 압도했다.

르몽드는 토론에 대해 “극우 세력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토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상모략과 협박에 기대온 르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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