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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괜찮다’…독립하는 부모세대 “자녀에 짐만 된다”
-60에↑ 독립가구주 23.3% “자녀에 부담돼서 독립”
-같이 살고 있어도…60.6% “향후 동거 생각 없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60) 씨는 자녀 몰래 준비하는 일이 있다. 돈을 모아 아내와 함께 충남 서산시로 집을 옮기는 것이다. 살고 있는 28평 아파트는 아들이 결혼하면 혼수로 내줄 생각이다. 이 씨는 “없는 살림으로 고생만 시켰는데 잘 자라줬다”며 “제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시대에 (우리는)있어봤자 부담만 준다”고 했다.

60세 이상 독립 가구주 4명 중 1명은 ‘짐이 된다’며 자녀와 같이 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독립 가구주 4명 중 1명은 ‘자녀에게 부담된다’는 이유로 자녀와 떨어져 독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헤럴드경제DB]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거주하는 60세 이상 독립 가구주 가운데 ‘자녀에게 부담된다’는 이유로 따로 살기를 택한 가구주는 23.3%다. ‘따로 살아야 편하다’(31.1%), ‘독립생활이 가능하다’(27.6%)에 이어 3번째로 높다. 비슷한 이유인 ‘자녀의 직장, 학업을 위해’(9.0%)를 더하면 32.3%로 껑충 올라선다.

서울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 가구주 중 63.5%는 실제 이러한 이유로 자녀와 따로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80세 이상(81.7%), 75~79세(71.1%), 70~74세(76.5%), 65~69세(61.7%), 60~64세(41.6%)로 나이가 많을수록 비율이 높다.

현재 자녀와 같이 사는 60세 이상 가구주도 대다수 독립을 염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60.6%는 ‘향후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같이 사는 지금도 자녀 지원 등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에는 ‘당장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다’가 49.0%로 가장 높았다. ‘자신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다’ 11.2%, ‘손자ㆍ손녀 양육 및 기타 가사를 도와야 한다’ 8.3%, ‘자녀가 학생 혹은 미성년자다’ 0.4% 순이다. 별 사정 없이 ‘모두 독립생활이 가능하나 같이 살고 싶다’는 31.1%로 집계됐다. 

현재 자녀와 동거하는 이유, 현재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이유 [표 제공=서울시]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증거”라며 “이들 중 일부는 고독사와 노년 자살 등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이러한 가족해체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60세 이상 독립가구주를 위한 맞춤형 복지대책이 우선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5년 서울시 전체 표본 가구주 1944명 중 60세 이상 가구주 616명을 추출해 진행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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