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반려동물 잔혹사①]쉽게 사고 쉽게 버리고…“생명이 물건입니까?”
1인가구 4명 중 1명 “외롭다” 이유로 반려동물 사육
43% “유기충동 경험”…주변여건 등 곤란한 경우 많아
전문가 “순 쉬운 구매 구조 문제…동물복지 확산을”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서울 강남구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1) 씨는 반려견 때문에 고민이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 입학 이후 10여 년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 김 씨는 2년 전 반려견 ‘릴리’를 분양받았다. 김 씨는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반갑게 달려와 안기는 릴리 덕분에 외로움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월세 재계약을 앞두고 릴리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집주인에게 기피 세입자로 낙인찍힌 김 씨는 계속 개를 키우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회사와 가깝고 ‘가성비’도 좋은 집을 포기하자니 아깝다. 문제는 대신 키워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김 씨는 “직장에 출근하거나 내가 없을 때 낑낑소리를 내거나 짖는 등 문제로 이웃들에게 가끔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혼자 살며 반려동물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인가구가 대한민국의 보편적 가구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반려동물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 홀로 사는 이들은 “외롭다”거나 “예쁘고 귀여워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혼자서 한 생명을 돌보기는 만만치기 않다.

질병이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가족처럼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휴가철 산간이나 섬지역 등에서 유기되는 경우가 집중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반려동물센터 도입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1인가구는 18.2%나 됐다. 김 씨처럼 혼자 사는 시민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로 ‘외로워서’(38.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고양이를 키우는 비중도 높았다. 이들이 고양이만 키우는 경우가 35.9%에 달해 전체 서울 가구 평균(14.2%)보다 21.7%포인트나 높았다.

문제는 홀로 사는 이들 10명 중 4명 이상이 유기 충동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포기하거나 유기 충동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가구가 43.6%에 달했다. 동물복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1인가구의 변심이 위험하다”며 “이들에게 유기충동이 생기면 눈치보지 않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혼자 사는 경우 반려동물 사육을 중단하는 이유로 46.9%가 ‘주변여건으로 계속 키우기 곤란해서’, 28%가 ‘반려동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반려동물을 사육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으로 ‘관리비용 과다’와 ‘외출 시 맡길 시설과 비용 부족’이 각각 6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웃, 가족구성원과의 갈등’(35.9%), ‘주변 여건 문제’(30.8%), ‘반려동물의 이상행동’(12.8%) 등이다.

쉽게 살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쉽게 버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장은 반려동물 유기에 대해 “살처분이란 용어를 쓰고 싶다”며 “보호소에서 갇혀 있다가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으면 대부분 죽는다고 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충동적 구매에 따른 변심이나 경제적 부담 등 소유자 책임의식 결여로 인한 유기가 발생한다”며 “반려동물을 ‘소유’의 개념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관점이 전환되고, 동물 보호와 복지, 생명 존중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국민 인식이 확산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 동물은 지난해 9만마리로 추정된다. 2013년 9만7000마리에서 2014년 8만1000마리로 줄었지만, 2015년 8만2000마리로 늘어난 후 2년 연속 증가세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